2024 크레디아 파크콘서트: 손열음 랩소디인블루
클래식이 뭐예요? 쿨쿨
어릴 때 온 가족이 예술의 전당에서 클래식 공연을 본 적이 있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저는 너무너무 지루하고 졸렸어요. 졸다가 박수 소리에 깼다가 또 까무룩 잠들기를 반복한 그날의 노곤함이 아직도 손에 잡히는 것 같아요.
중고등학교 때 음악 시간이면 가끔 선생님은 거장의 클래식 연주 영상을 틀어줬죠. 그래도 초등학생 때보다 조금 컸다고 덜 지루하긴 했는데 정신 차리면 책상에 이마를 붙이고 있더라고요. 언제부터 잤지? 하고 깨어나면 이미 다음 수업시간 종이 쳤답니다.
저에게 클래식은 딱 그 정도 인상입니다. 들으면 멋지긴 해. 그런데 그게 그거 같고. 왠지 잠이 솔솔 와서 끝까지 들어본 적도 거의 없는 그런 음악. 사람은 아는 만큼만 보인다는데 제가 무지해서 그런 것 같기는 합니다.
그런 제가 클래식 공연에 가기로 했다는 건 신기한 일이죠. 클래식은 몰라도 클래식의 유명 인사 손열음은 알고 있었던 탓일까요. 아니면 최근에 피아노를 다시 배우기 시작해서일까요. 아니면 공연을 보며 피자를 먹을 수 있다는 말에 혹해서였을까요. 우연이 겹쳐 이 무지한 농땡이는 올림픽공원으로 향합니다.
감읍하였음
공연은 1부와 2부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손열음 랩소디인블루>길래 손열음 피아니스트가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인 줄 알았는데, 플룻과 바순과 첼로 등 다양한 악기들이 무대 앞으로 나와 공연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공연의 중심? 이런 말을 써도 되는지 모르겠어요. 극단의 무지한 사람으로서는 무대 앞으로 악기 들고 나와서 공연을 하니 중심으로 보였습니다. 제가 실수로 무뢰한이 된 거라면 이 무지한에게 기꺼이 알려주시길…
손열음 피아니스트의 손짓은 피아노를 치는 게 아니라 어루만지는 것 같았습니다. 손열음 씨의 연주를 보면서 제가 피아노 학원에서 하는 손짓은 피아노에 폭력을 가하는 것에 가깝다는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피아노 연주를 보러 간 곳에서 저를 감동시킨 건 피아노가 아니라, 바이올린이나 바순이 아니라, 연주자들의 몰입이었습니다.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들은 모두 비슷한 얼굴이었습니다. 젖어드는 얼굴. 음악에 녹아들어 하나가 되고자 하는 얼굴.
기분이 이상하더군요. 내가 그런 얼굴을 한 적이 있었을까? 누군가가 무언가를 너무나 좋아하고 사랑하는 모습은 무지한의 마음에도 콕 박혀서, 나 또한 그런 사랑을 느끼고 싶었어요. 그들의 밀도 높은 애정이 녹은 소리를 나눠갖는다는 게 이상한 울컥함을 주었습니다.
피자와 클래식은 살맛 나는 조합이었습니다. 열정과 열망은 또한 멋드러진 조합이었습니다. 앞으로도 부지런히 타인의 열정을 훔쳐보러 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