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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밈혜윤 Oct 22. 2024

정진하는 마음, 그리고 우상향

골프에서 시작합니다

   그거 취미 아니었어?

   골프를 배운다. 생소한 골프 용어는 자꾸 까먹는다. 탑노트, 백노트… 또 뭐가 있었지?


1. 골프

   어느 날은 레슨 내내 “왼팔! 왼팔!”을 듣고, 또 어느 날은 “어깨 힘! 어깨 힘!” 소리를 듣는다. 오늘은 “머리! 머리!”였다. 내가 골프를 하는 건지 검도를 하는 건지 혼미해질 무렵 레슨은 끝났다. 신 프로는 칭찬을 해주어야 잘하는 타입이냐고 물었다. 어, 아무래도 그렇죠. 그가 예상치 못한 질문을 한 건 처음이라서 조금 우물쭈물했다.


   내가 그동안 너무 잔소리만 했네요. 신 프로는 정수리를 긁으면서 웃었다. 그는 늘 초등학교 웅변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쥐고 엄마의 카메라에 웃음 짓는 어린이처럼 웃는다. 회원님은… 성실하시니까, 뭐.


   그게 다예요? 신 프로는 내 골프 레슨 일지를 내밀었다. 싸인을 한다. 일반인은 성실한 게 다예요. 결국은 성실한 사람이 잘해요. 기왕 칭찬한 김에 하나 더 해주세요. 음… 볼펜을 딸각거리던 신 프로는 쭝얼거렸다. 욕심도 많으셔. 이제 백스윙은 연습한 티가 나요. 쭝얼거리면서도 해달란 대로 해주는 신 프로는 다정하고 귀염성 있는 남자다.


2. 아악 어떡하지

   “운동도 피아노도 팟캐스트도 브런치도 맘대로 안 돼 아악!”하고 머리를 쥐 뜯던 날 동생이 눈을 똥그랗게 뜨고 물어봤다. 취미 아니었어? 취미 맞는데. 그런데? 어? 그래서? 어리둥절하게 물음표만 주고받다가 동생이 그랬다. 취미는 스트레스받으면 안 돼.


   스트레스를 안 받으면 어떻게 잘하게 되냐? 취미도 잘해야지. 동생은 눈을 더 똥그랗게 떴다. 취미는 즐거우려고 하는 거지 잘하려고 하는 게 아니지 않아? 언니는 너무 매사에 힘주고 살어.


   새침하게 어쩌라고! 를 날려줬지만 그런가, 취미는 그냥 즐거우면 다인가, 생각했다.


   정진하는 마음

   잘하고 싶은 마음, 스스로 스트레스를 주는 버릇이 나를 이리저리 키워왔다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했는지는 몰라도 성실하게 다독인 마음이 나를 대학으로, 직장으로, 그리고 수험생활로 나를 이끌어 왔다고 생각한다. 공부나 일 뿐만이 아니라 운동도, 피아노도, 팟캐스트와 브런치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이 얼마나 괴로운지 안다. 그럴 때 한 번만 더 해보는 마음이 얼마나 어려운지도. 딱 한 번 더 해보는 것이 정진이라고 생각한다. 정진精進. 정성을 들여서 나아가다. 하루하루 정성을 쏟아내다가 뒤돌아보면 반드시 우상향 하고 있다. 마치 나의 백스윙처럼ㅋ


   취미마저 정성을 들이는 것은 청소년기 공부를 다룰 때 들었던 습관 때문인 것도 같고. 그냥 나란 사람의 정체성 같기도 하고. 열과 성을 다하는 스스로가 너무 피곤하고 힘들 때도 있지만 대체로 나쁘지 않은 것 같아. 앞으로도 정성을 다하면서 살고 싶어.   


   예전에 누가 너는 그렇게 긴 글을 누구 보라고 쓰는 거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아니야, 누구 보라고 쓰는 게 아니야. 나는 내가 되고 싶은 것을 남기는 거야. 다짐과 사랑을 기록하는 거야. 무엇을 쓰느냐가 내가 누구인지를,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하니까. 그런 걸 생각하고 쓰는 사람이 되고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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