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너는 나를 잃은 거야. 난 그렇게 생각해.

나 혼자만 진심이었던 관계

by 밈혜윤

그런 게 있었다

아주 가깝고 신뢰할 수 있으며 서로 진심이었다고 믿은 사람의 민낯을 아주 우연찮게 알게 됐다. 앞에서는 웃고 염려하지만 뒤에서는 조롱하고 헐뜯는 배신의 얼굴. 별 것 아닌 이야기로 시작되어 파도를 타다 보니 무거운 진실이 수면에 떠오른, 더는 우리가 아닌 이야기.


슬펐다. 한때는 계산 없이 쌍방으로 마음을 퍼줬던 것 같은데 언제부터 변질된 건지, 수년에 걸친 내 마음과 믿음의 결과가 겨우 이런 건지. 혹시 내가 예상 못한 다른 사람들도 그와 어울려 나를 조롱하고 헐뜯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상이 너무 고통스러웠다. 여러 신호가 있었던 것 같다. 내가 눈치를 채지 못했을 뿐. 나의 맹목적인 우매함 또한 괴로웠다.


앞으로는 어떻게 사람을 대하고 인간관계를 맺어 가야 하는지. 막막한 기분이었다. 너는 왜 그랬어? 네가 어떻게 나에게 이럴 수가 있었어. 두 문장이 머리에서 자꾸 춤을 추며 내 모든 신경회로와 혈관을 꽁꽁 묶어놓는 것 같았다.


아마 내게는 절대로 변치 않을 관계가 존재한다는 환상이, 그에게는 절대로 새어나가지 않을 비밀이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 누구든 남은 이해할 수 없는, 자기만의 강력한 마음을 품곤 하니까.


어쨌든 나는 마음이 아팠지만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 멀어지기로 했다. 난 널 잃지 않았어. 네가 날 잃은 거야. 우리 사이에 깊은 마음이 존재한다고 착각했던 시간, 우리의 우정을 위해 내가 기울인 마음, 그 모든 건 달콤한 꿈의 대가였다고 생각하겠어. 널 용서하지도 않지만 저주하지도 않을게. 너의 태도는 내가 아무것도 애쓰지 않아도 알아서 너를 외로운 지옥으로 몰아갈 테니.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새큼고소 기름기 가득, 진절머리 나는 명절냄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