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는 숲이다

온몸으로 숨 쉬는 곳에서 살아보자.

by 혜솔

내가 자주 찾는 숲엔 떡갈나무, 너도밤나무(마로니에), 서어나무가 빽빽하다. 오래된 참나무엔 소중한 나무라는 표시가 되어있기도 하고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들도 곳곳에 있다. 그런 것이야 어떻든 내게 중요한 것은 이 숲이 나에겐 따뜻한 엄마의 품이라는 사실이다. 숲으로 들어서는 순간 온몸으로 숨을 쉬는 나를 느낀다.


나무 아래 서면 작은 아이가 된다. 여름날 짙푸른 녹색에 감겨 잠시 지나간 청춘을 돌이켜 보기도 한다. 오래된 나무의 뿌리가 땅 위로 솟아올라 울퉁불퉁하다. 자연스레 늙는다는 것은 시간에 덧칠한 세월이 쌓여 아름다움을 연출하는 것이다.

프라하의 숲은 단순한 나무들의 집합이 아니다. 그곳은 시간과 역사, 그리고 생명이 어우러진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다. 봄이면 연둣빛 새싹으로 가득한 숲은 생명의 힘찬 시작을 알린다. 여름의 짙푸른 녹음은 나를 포근히 감싸 안아주고, 가을이 되면 온갖 색채의 향연을 펼친다. 겨울의 숲은 앙상한 가지 사이로 보이는 하늘과 함께 고요한 명상의 시간을 선사하기도 한다.

숲길을 걸으며 발아래 밟히는 낙엽의 바스락거리는 소리, 새들의 지저귐,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소리는 자연의 음악이다. 때로는 멀리서 들려오는 딱따구리의 두드림 소리가 숲의 리듬을 더하기도 한다.




오래된 참나무 주변으로는 작은 생태계가 형성되어 있다. 나무의 껍질 틈새나 가지 사이에는 작은 곤충들이 살고, 그 곤충들을 먹이로 하는 새들이 날아든다. 나무 밑동에는 다양한 버섯들이 자라나, 숲의 순환을 돕는다.

숲 속 오솔길을 따라 걸으며, 나는 때로 예상치 못한 발견을 하게 된다. 작은 호수를 만난다. 호수의 잔잔한 수면은 하늘을 그대로 비추어, 마치 땅 위의 하늘을 보는 듯하다. 숲 속으로 발걸음을 옮길수록 도시의 소음은 멀어지고, 자연의 소리가 귀를 두드린다.

이끼 낀 바위 위로 햇살은 빛을 만들고 바위 옆으로 작은 개울이 흐른다. 물소리가 마음을 씻어낸다.

다람쥐와 두더지를 만난다. 빠르게 지나가며 뒤돌아보는 녀석들. 동물들의 모습은 이 숲이 얼마나 풍요로운 생태계를 품고 있는지 보여주는 듯하다.

숲 속 깊은 곳에 이르면,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자연의 성당을 만나게 된다. 거대한 나무들이 하늘을 향해 뻗어 있고, 그 사이로 비치는 빛은 마치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빛처럼 신비롭다. 이곳에 자연의 경이로움과 웅장함을 느낄 수 있다.

나무 그루터기를 발견하면 쉬는 시간이다. 그 위에 앉아 이 나무가 얼마나 오랜 세월을 견뎌왔는지,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이야기를 품게 될지 상상해 본다.

숲은 우리에게 삶의 지혜를 가르쳐주는 스승이다. 나무들이 서로 의지하며 자라나는 모습에서 공생의 중요성을, 계절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숲의 모습에서 삶의 순환을 배운다.

보물찾기 하듯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가장 오래된 오크나무를 찾아 헤매면서 내 몸은 더욱 청정해진다.

내 몸이 기억하는 프라하, 그것은 숲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