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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아는 사람이 길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

 정말 많은 둘레길이 생기고 있다. 이제는 지역에 한정된 코스가 아니라 한반도를 휘감거나 가로지르는 둘레길로 생기고 있다. 이러한 과정 속에 기존에 만들어졌던 둘레길은 통합되거나 이름이 사라지기도 한다. 반대로 하나의 길에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우기도 한다. 길을 아는 사람이 만들기보다 정부단체 또는 각각의 기관에서 만들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서울둘레길이 2015년에 정식 개장되기전에 조성하는 기간이 있었다. 서울시 권역을 따라 산길 위주로 조성되었었는데 초창기 도봉,수락산 코스는 수락산 능선을 올라갔다 내려와 덕릉고개 거쳐 불암산 아래 둘레길로 연결되었었다. 이 당시 수락산 구간은 바위산을 줄타고 올라서야 하는 구간도 있었다. 처음 답사하고 나서 당황스러움에 서울시청 담당자에게 연락하고 메일로 코스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다시 조정된 코스에 대한 정보를 얻었을때는 수락산 능선이 아니라 수락산 7부 능선을 따라 길을 만들어 우회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리고 덕릉고개로 가는 길과 당고개로 내려가는 길로 구분하여 여행자가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도록 조정해 놓았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서울둘레길을 계속 답사를 하였었다.


  관악산 구간은 사당역에서 석수역 방향으로 일방으로만 표시판이 설치되어 있었으나 이것도 잘못된 곳도 많았었다. 이부분도 정리하여 서울시 담당자에게 메일로 보내기도 했었다. 답은 없었으나 후일에 가면 수정을 해놓았었다.


 왜 수락산 구간을 이렇게 만들었는지 서울시 담당자에게 물어보니 당시 서울둘레길 조성 전문가로 산악인을 자문역으로 운영했다고한다. 그래서 길이 아니라 등산로가 서울둘레길에 포함되버린 것이다. 산악인은 오로지 등산로만 안다. 그리고 그들은 둘레길에 대한 개념이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자연스레 등산로만 추천했을 것이니 서울둘레길이 서울등산둘레길이 될뻔한 것이다. 이후 담당자에게 코스가 힘드니 우회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적이 있는데 어찌되었던 바뀌었고 지금에 서울둘레길이 되었다.  당시 서울둘레길을 담당하던 공무원은 무척이나 귀찮은 일을 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였었다. 개통후 자문회의할때도 갔지만 피곤하고 귀찬아했다. 결국 다른 부서로 이동했고 이후에는 외부에서 서울둘레길을 관리하고 있다.


  길에 대한 자긍심이 없고 길을 알지 못하면 모든것이 귀찮은 일이다. 대충해도 되고 편하게 해도 된다. 하지만 길을 알고 둘레길에 대한 생각이 깊은 사람은 이렇게 길을 만들지 않는다. 적당한 쉼터와 마을을 이어서 드나들기 편하게 한다. 그리고 숙소도 만들고, 가능하면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숲과 공원 등을 이어서 길을 계획하고 조성한다. 그나마 이러한 마음이 느껴지는 길이 제주올레길이다.


  문체부에서 조성한 코리아둘레길은 한반도의 해안을 따라 만든 길이다. 가장 조성하기 쉬운 방법이다. 해안을 따라 그리면 되니까.. 하지만 길을 조성하였던 사람들이 대부분 비전문가이다 보니 좋은 길이 별로 없다. 길을 아는 분이 군데군데 쉼터와 숙소를 조성하자고 했으나 그저 해파랑길, 남파랑길, 서해랑길이라는 이름만 있는 길이 되었다. 해안만 따라가다보니 도로를 만나기도 한다. 좋은 길, 걷기 편한 길을 만들려는 마음이 보이지 않기때문에 일부만 찾아간다. 오로지 내가 기대하는 길은 백두대간트레일이다. 자연의 숲을 통해 해남까지 갈 수 있는 그런 숲길... 이런 길이야 말로 사람들이 원하는 길이자 외국의 트레일과 견줄만한 길이 될 것이다. 


 길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같은 생각을 한다. 길은 소통의 장소이자 서로간에 연결되어야 한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의 둘레길은 제각각이다. 서로 통합하기보다 각자도생을 선택한 듯하다. 그래서 동일한 구간에 여러 개의 표시판이 설치되는 경우가 많다. 그중에 하나가 DMZ를 따라 조성된 둘레길이다. 


  어느 곳에서는 평화누리길이라고 하고, 어느 표시는 평화의 길, 그리고 일부구간은 경기둘레길로 표시되어 있다.  같은 구간을 지나가면 통합하여 함께사용해도 될 것인데 굳이 따로따로 만들었다. 그래서 헤매는 경험을 하는 것은 길을 걷는 사람뿐이다. 외국의 둘레길은 일목요연하다. 서로 융합되어 있고 연결되어 있어서 어떻게 가던 원하는 목적지로 갈 수 있다. 우리의 둘레길은 아직 이정도가 아니다. 그래서 길 이름을 놓치면 헤맨다. 아직 통합되지 못해서 그렇다. 이것도 길을 아는 사람이 만들지 않고 정부의 공무원이 만들어서 이렇게 되었다. 지방의 둘레길이 많지만 연결된 곳은 거의 없다. 걷는 사람은 어디서 시작하였던간에 어디든지 가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우리의 둘레길은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둘레길을 조성하는 것은 아는 사람이 해야한다. 모르는 사람이하면 엄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래서 조언이나 충고할 사람도 필요한데 무턱대고 걸어보지도 않은 교수나 등산전문가를 고용하면 문제가 된다. 한국의 둘레길이 조성된지도 10년이 훌쩍 넘었다. 이제는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 곳곳에 있다. 이제는 이러한 사람들의말을 들었으면 한다. 많이 걸었다고 길을 잘 아는 것이 아니라 적게 걸어도 길을 통해 무언가 깨닫고 실행하고 경험이 있는 사람이 중요하다.  말보다 실전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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