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길을 답사하다. 부암동 골목여행길

내 삶에 기억되는 길


걷기동호회에 가입하고 무작정 많이 걸었었다. 내가 있었던 카페는 걷기운동을 주목적으로 하다보니 낮이나 밤에 걷기를 할때 코스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운동삼아 걷기 적당한 길이면 충분하였었다.


처음 걷기시작하고 5,6개월 동안은 나름 재미가 있었다. 처음 가보는 안양천과 한강의 산책길 등 산이 아닌 곳에서 이렇게 걸으면서 사람들을 만날 수있다는 것 자체가 재미가 있었다.


2009년 가을이 깊어진 무렵,

사소한 궁금증이 서서히 내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기 시작했고 어느새 큰 문제인 양 해결해야할 숙제로 자리잡게 되었다.


같은 곳을 반복해서 가다보니 싫증도 나고 재미도 반감이 되었다. 어딘가에 이 계절에 어울릴만한 코스가 있을텐데 라는 생각이 점점 깊어만 갔다.


그 사이에 사람들 따라 몇 군데를 다녀봤지만 내가 원하는 스타일의 코스가 아니였다. 그냥 자연속에 걸을 수 있는 길이 아니라 이야기를 담은 길을 원했던것 같았다.


이당시에는 인터넷 홈페이지 어디에도 걷기좋은 길이라는 주제에 부합하는 포스팅이나 정보가 전무하던 시기이다. 그저 등산로 안내 또는 지방의 둘레길( 제주올레길과 강화 나들길 정도)만 검색될 뿐이였다.


서울의 도심에서 걷기 좋은 길은 어디에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나름 검색한 키워드가 아마추어사진작가나 블로거들이 찾아가는 골목여행지였다. 아무래도 사진작가들이 찾는 곳이 풍경이 이쁘거나 찾아가기 쉬울거라는 생각이였다.

이렇게 처음으로 찾아간곳이 부암동이였다. 떡방앗간이 있고, 이쁜 단독주택단지, 그리고 TV드라마에 나왔던 노란 딱정벌레차가 인상적이였던 카페까지...


여기까지 찾아가는 길을 찾는게 도심걷기를 시작한 첫번째 코스였다.


시작점은 경복궁역에서 시작하였다. 경복궁역에서 시작하다보니 여기가 북촌에 대비되는 서촌마을이였다는 것과 골목 사이에 오래된 여관과 백송이 남아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 모두를 찬찬히 둘러볼 수 있는 코스를 짜보려고 여기저기 골목길을 뒤지며 다녔다.

결국에는 백송이 있는 곳을 찾지 못하고 경복궁 옆 돌담길을 따라 청와대 앞까지 이어갔다. 그리고 장미공원을 거쳐서 창의문이 있는 오르막길로 접어 들었다.

고갯마루에 다다르니 왼편에는 윤동주시인의 언덕이 있는 청운공원이며, 맞은편에 서울성곽의 4개 소문 중 하나인 창의문(또는 자하문)이 위치하고 있다. 공원도 한바퀴 돌아가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작은 공원이지만 나름 동선을 고민하면서 이렇게 저렇게 다녔다.


그리고 부암동 삼거리로 내려가는 낮은 턱이 인상적인 계단을 내려왔다. 지금은 지워져서 잘 보이지 않지만 여기에는 윤동주의 싯구가 쓰여져 있었다.

삼거리에서 부암동 방향으로 코스를 잡고 오르막길을 올라선다. 단독주택 단지이다 보니 인적이 별로 없었다. 그저 카페에 찾아오는 차량만 조금 보일 뿐이였다. 골목 사이에 보이는 주택들은 모두가 개성이 넘쳤고 어느곳에서는 탐스럽게 가득 열린 감이 인상적인 감나무도 보인다.


오르막길 끝까지 가보았다. 언덕배기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북악산 스카이웨이와 연결되고 왼쪽 아래로 내려가면 부암동 주택단지이다. 주택단지를 따라 내려가면 백사실계곡도 만날 수 있다고 하였는데, 도통 찾을 길이 없었다. 지금이야 골목 끝자락 샛길옆에 이정표가 있어 찾기 쉬었지만 내가 처음 찾아가던 시기에는 이정표가 없었다. 그저 눈으로 찾아야만 했다. 주차된 차때문에 주택 사이에 있는 백사실가는 샛길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백사실계곡은 이후에 몇 번을 더 찾아온 후에야 만날 수 있었다.


부암동 골목을 다니면서 문이 닫힌 환기미술관도 접하였고 붓으로 쓴듯한 떡방아간 간판도 인상적이였다. 맛있다는 소문만 들어서 떡도 맛보려했지만 오전시간에만 문이 열린다는 것도 후에 알게 되었다.


내려오는 길은 청운공원을 가로질러 청운동을 따라 내려왔다. 이렇게 골목을 누비며 다녔던 길을 찬찬히 되돌아 생각하며 나름에 코스를 구성하였다. 지금은 사직단과 인왕산하늘길따라 부암동에 다녀오지만 처음 도심걷기할때만해도 도로변을 따라 다녀왔고 한동안 몇 번을 사람들과 즐겨 다니던 코스였다.

답사 후, 첫음으로 동호회 회원들을 이끌고 부암동 골목여행을 다녀왔다. 경복궁을 지나 청와대 옆 담을 따라 가는데 담너머에 옛 궁의 모습이 보인다.

동행하였던 회원이 물어본다.


" 저 궁은 모에요? 청와대 안에 있는건가요? "


" .... 글쎄요...?"

난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모르니까... 저 건물이 무언지 미처 확인해 보지도 않았고 답사할때는 보지도 못하였으니까...


"제가 나중에 확인해 보고 알려드릴게요..!!"


이날 걷기모임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인터넷을 검색하여 찾아봤다. 청와대안에 있는 이 건물의 정체가 무엇인지...

청와대와 담사이에 있는이 궁의 모습을 한 건물은 '칠궁[ 七宮 ]'으로 조선시대 왕이나 왕으로 추존된 생모7명의 신위를 모신 곳이라고 한다. 왕비가 아닌 후궁의 신분이다 보니 별도로 신위를 모신 장소라고 한다.

이러한 내용도 이후에 여기를 다시 찾아 왔을때 의기양양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같이 걷던 사람들의 반응은 그저 신기한 곳을 보게되었다는 반응이였다.


첫번째 모임을 마치고 나서 나에게 변화가 생겼다.


단순히 이쁘고 독특한 길만을 찾지말자는 것과 내가 찾아나선 도심걷기코스던 둘레길이던 사전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보자는 것이였다. 지명의 유래, 유적지관련된 것 그리고 그곳에서만 볼 수 있는 건물이나 전시관 하물며 이쁜카페라도...

이렇게 내가 길을 찾으면서 이야기거리를 만들기 시작한 것도 부암동 도심걷기여행을 시작하면서 부터이다. 지금은 골목길여행, 문화걷기 등의 이름으로 다양한 전문가 들이 길을 찾아 걷고 있지만 2009년 가을에는 그저 문화재에 해설사만 존재하던 시대였다.


경복궁-부암동 길.jpg 첫 도심걷기코스 답사 후 작성했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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