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소녀 쯔위의 손에는 두 개의 국기가 있다
-양안관계와 2.28사건을 중심으로
안녕하세요 사적인 모임 에디터 미니언Minion입니다:) 이번주에는 중국과 대만간의 관계(양안관계)에 대해서 이야기 해볼 예정입니다. 혹시 질문이나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댓글이나 쪽지로 부탁드리겠습니다.
2015년 11월,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걸그룹 트와이스가 출현했습니다. 방송에서 트와이스 맴버들은 각자 일본, 대만, 한국 등 자기 출신의 국기를 흔들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방송을 마쳤습니다. 그런데 이 방송이 끝난 후, 쯔위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비난을 받게 됩니다.
그 이유는 다름아닌 쯔위가 들고 있던 ‘대만의 국기, 청천백일만지홍기’
많은 사람들이 보는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들었다는 것은 대만 독립을 지지한다는 의미이라며 수많은 중국 사람들은 쯔위를 비난했고 해당 소속사인 JYP 소속의 다른 가수들을 겨냥해보이콧 운동이 벌어졌습니다. 실제로 같은 시기 중국에서 미리 예정되었던 JYP 소속그룹 2PM의 공연도 취소되었고 JYP의 주가도 크게 흔들렸습니다.
결국 사건 당사자인 쯔위는 트위터(Twitter)를통해 해명을 했고 후에는 유투브(Youtube)채널을 통해 공식사과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다음은 해당 영상 속에서 쯔위가 한 사과의 일부입니다.
"해협 양안(중국대륙과 대만을 뜻함)은 하나이며, 제가 중국인이라는 사실을언제나 자랑스럽게 여긴다……중국인으로 해외 활동을 하며 나의 발언과 행동의 실수로 인해 회사, 양안 네티즌들께 상처를 드려 매우 죄송스럽다…… 사과 드리는 마음으로중국 활동을 중단하고 제 잘못을 돌아보도록 하겠다."
그렇다면 중국 사람들은 왜 그렇게 쯔위의 행동에 민감하게반응했던 것일까요?
1. 중국인: 대만은 중국이다!
1971년 중국의 유엔 가입 승인 동시에 대만의 UN 퇴출. 웃는 챠오관화(좌) 중국대표단 단장. [이미지 출처: 뉴스투데이 http://www.news2day.co.kr/]
많은 사람들이 이미 익히 알고 있듯이, 1971년 10월에 열린 UN총회에서 오늘날의 중국(중화인민공화국)이 ‘전 중국을 대표하는유일하고 합법적인 정부’로 인정받게 되면서 우리가 흔히 ‘대만’ 또는 ‘자유중국’이라고 알고있는 중화민국은 정식 국가의 지위를 잃게 되었습니다.
즉, 대만은 중국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하나의 성(省) 그에 따라 당연히 독립적인 외교권이 없고 국제사회에서도 하나의 국가로서 목소리를 낼 수가 없는 것이지요. 게다가 UN의 결정 이후에도 지금까지대만사람들은 대만이 자주국가임을 주장하는 반면에, 중국에서는 모든 중국이 하나임을 주장하고 있기에 이 문제는 매우 민감한 정치외교적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분명 위의 UN총회의 결정을 보자면, 대만은 독립적인 자주 국가가 아닙니다. 그러니 겉으로 보기에는 중국 사람들의 분노와 민감한 반응도 충분히 이해할 만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 사건을 접한 일부 한국 사람들도 쯔위의 행동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실제로 대만과 양안관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2. 식민지의 역사, 대만
사실 오늘날 ‘대만’ 이라는 나라는 많은 사람들에게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거나, 그저 ‘중국 국공내전에서 패배한장개석이 피난을 간 곳’ 정도로만 흔히 인식되곤 합니다. 마치 그 이전에는 대만이라는 나라가 지구상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오늘날 대만의 영토에는 이미 적어도 5,000년 전부터 고산족이나평포족 등의 원주민들이 살아오던 삶의 터전이었습니다. 당시에만 해도 대만에는 중국의 영향이 전혀 미치지 않았었죠.
이처럼 원주민들만의 섬이었던 대만에 명대 중엽 이후 많은 한족들이 이주해왔고, 이때부터 대만은 그 역사 내내 외부 세력의 통치를 받게 됩니다.
처음 한족이 정착하고 나서는 중국 해적들과 밀수업자들의 본거지가 되었고, 15세기 중엽부터는 동쪽으로세력을 넓히기 시작한 스페인과 네덜란드 등 서양 세력에 의해 식민지배를 수십년 간 받게 됩니다. 이후에는 210년이라는 꽤 오랜 기간동안 청조의 영향 아래에서 하나의 지방 성으로서 정체성을 유지했지만, 1895년 중일전쟁에서 중국이일본에 패한 이후 50년 동안 일본의 식민지배를받게 됩니다.
이처럼 대만은 그들의 역사 내내 외부 정권의 영향권 아래에 있었고 그들 스스로의 목소리를 낼 기회가 거의 없었다는 역사적 특수성이 있습니다. 외래 정권의 통치를 받았던 이들의 역사는 결코 편안할 날이 없었습니다.
가장 오랜 기간 동안 대만을 통치한 청조는 원래는 대만을 가치 없는 땅이라고 보아 영유하기를 꺼려했습니다. 또한 일본의 영향 아래 50년간 식민 통치를 경험하면서 대만은 중국 대륙과 완전히 단절되었고 그 50년이라는 시간 동안대만의 특수성은 더 뚜렷해지게 됩니다. 일제식민통치에 저항해 독립운동을 진행하는 동안 대만사람들이 스스로를 중국인과 구별되는 ‘대만인’으로 인식하는‘대만의식’을갖게 된 것입니다.
일제의 식민통치기간동안 이미 대만인으로서 정체성을 키운 대만사람들은 일제로부터 해방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발생한 2.28사건을 기점으로 스스로를 중국 대륙인들과 완전히 구분하게 됩니다.
3. 또 하나의 지배자, 중국
1937년부터 지겹게 이어져오던 제2차 중일전쟁이 끝날 무렵, 장개석 국민당정부는 이미 일본으로부터 해방될 대만을 접수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해방 이후 잠시나마 차별과 핍박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던 대만인들에게 중화민국정부는 일제와 다를 바 없는 또 하나의 지배자일 뿐이었습니다.
대만 접수를 시작한 장개석정부는 오랫동안 일제 하 식민지배를 받아온 대만사람들을 교화의 대상으로 보았습니다. 게다가 중국 대륙에서 온 외성인들은 일제의 식민지배 총독부와 거의 유사한 체제를 기반으로 고위 관직들을 모두 차지하여 사실상 통치자의 위치에서 대만을 운영하려고 하였습니다.
대륙에서 온 이들에게 대만은 말하자면 기회의 땅이었던 것입니다. 갓 해방된 지역에서 온갖 정치적, 경제적 이익을 취할 수 있는 황금 같은 기회였지요. 반면에 대만 본성인들은 관직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사실상 거의 없었으며, 기회가 있다고 해도 대부분 하급직에 불과하여 자신들의 정치적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또한 월급 역시 외성인들과 비교했을 때,
터무니 없이 적었고 대우도 열악했습니다.
한편, 지배자의 위치에서 대만을 접수했던 장개석정부는 식민지 시기 일본계 기업의 대부분을 국가에서 운영하도록 하였는데 이를 부실하게 경영한 탓에 대출팽창, 통화증발, 재정문제, 물가폭등 등의 경제 문제가 발생했고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실업자 증가라는 사회적 문제까지발생하게 되었습니다.
오랜 역사 동안 외래 정부의 통치를 받아온 대만 사람들의 울분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이처럼 국민당정부의 잘못된 국가 운영 때문에 경제적, 사회적 문제까지 발생하자 참다 못한 대만 사람들이 2월 28일 발생한 하나의 사건을시작으로 중국정부에 대항하는 목소리를 내게 됩니다. 대만 현대사의 최대 비극이라 불리는 2.28사건이 시작된 것입니다.
4. 모든 비극의 시작, 2월 28일
때는 1947년 2월 27일 저녁, 전매국 단속원 6명이 전매제도를 위반한 불법 담배 판매상을 단속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대만에는 정부가 담배를 전매 독점하고 있었는데 길거리에서 담배를 팔던 노점상이 이 단속에 걸린 것이지요. 그런데 단속하는 과정에서 단속원들은 권총을 사용하여 판매상의 머리를 내리 쳤고 이에 민중들이 거세게 항의하자 놀라 도망가면서 실수로 총을 발사하게 되는데 이 총에 무고한 시민 한 명이 사망하게 됩니다.
이 사건은 삽시간에 대만 전역에 퍼지게 되어, 사건 발생 다음날에 타이페이에서 항의시위가 열렸고 이는 곧 전국 단위로 널리 퍼지게 됩니다. 어떤 사람들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전매국으로 가서 차량을 불지르기도 하였고, 또 어떤 사람들은 방송국을 점령하여 시민들에게 시위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시위의 열기는 사건 발생 후 거의 세 달 후인 5월 중순까지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시민들의 거센 반응에 중화민국정부는 처음에는 평화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시민들의 대표격이었던 대북시 참의회가 경찰이 시민들을 향해 발포하는 것을 그만두고, 체포된 무고한 시민들을 석방시켜 달라는 내용이 담긴 32개조 사건처리방안을제출하였는데 중화민국정부는 이를 대체로 수용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아직 사건 해결에 대한 논의가 한창 진행되던 때에, 중화민국의 행정장관 진의는 두 차례에 걸쳐 중앙정부에 시위 진압을 위한 군대 파견을 요청했고 그가 이전에 보였던 평화적인 태도는 거짓임이 밝혀지게 되었습니다. 다음에 나오는 장개석 총통의 말을 통해, 대만에 대한 당시 중화민국 중앙정부의 태도를 알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의 원인은 대만 청년들이 일본이 식민지에서 실시한 노예화교육의 영향을 받아, 올바르지 못한 사상을 가지고, 국가 정세를 올바로 이해하지 못함으로써, 조국 정부 공무원과 군대를 경시했기 때문이다. 근인은 소수 공산주의자및 폭도들의 선동과 위협에 이끌리어 대만 청년들이 무리를 지어 맹종하고, 반란을 일으킴으로써, 사회불안과 인심이 흉흉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반동파의 야심은 정부를전복하고 정권을 탈취하고자 하는 것이다.”
중화민국정부는 위와 같은 논리에 따라 "반란을 평정’하기 위해 대만에 중앙 군대를파견했습니다. 그 결과, 대만 곳곳에서 시민군과 국군이 격렬하게 대립했고 국군의 강제적이고 무자비한 진압에 실제로 엄청난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게 됩니다.
중화민국정부의 군사진압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엄격하고 공포스럽게 변해갔습니다. 정부는 대만 내 모든 언론과 학교를 봉쇄할 것을 명령했고 시위에 가담한 자는 모두 숙청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대만의 모든 마을을 정화한다는 의미의 ‘청향’이 실시된 것입니다. 이 같은 공포 진압의 과정은 시위에 가담했다고 의심되는 사람들을 그 자리에서 바로 죽이는 ‘현지처결’의 방식으로 진행되었고 그 어떠한 조사나 재판의 과정도 없었습니다.
약 3개월 동안 전개된 2.28사건으로 인해 최대 2만명이라는 엄청난 수의사람들이 억울하게 죽었고 100억원에 달하는 재산이손실되었습니다. 이처럼 수많은 무고한 대만인들이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사건 이후 경찰과 군인들은 마땅한 처벌을 받지 않았고 오히려 중화민국정부는 1987년까지 거의 40년이라는 시간을 군사계엄을 통해 고압적으로 대만을 다스렸습니다.
아직도 제대로 청산되지 않은 2.28사건은 2016년을 살고 있는 우리가맞닥뜨리는 수많은 청산되어야 할 역사들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우리는 아직도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제대로 된 역사 청산을 위해 싸우고, 이웃 나라에 의해 왜곡된 우리의 소중한 영토 독도를 지키기 위해 싸웁니다.
그리고 이는 대만 사람들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들도 아직 청산되지 않고 잊혀져 가는 역사를 위해, 그리고 역사 속에서 잃어버린 자신들의 자주권을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봅시다.
과연 대만소녀 쯔위가 들었던 대만 국기는
그녀에게, 그리고 대만인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요?
대만의 역사와 양안관계 에 대해 살펴본 당신은
쯔위의 손에 들려있는 국기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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