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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joge May 26. 2018

방탄모먼트

나의 방탄 입덕기

1. 우연이 아니니까 DNA

   내가 방탄에 빠지게 된 계기는 DNA 뮤직비디오였다. 이전에는 아이돌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모두가 <프로듀스 101>을 볼 때도 보지 않았다. 그러다 동생의 권유로 DNA 뮤비를 보게 되었는데 처음 보고 ‘어 뭐지’ 싶었다. 노래, 비주얼, 춤사위 기타 등등 모든 게 예사롭지 않았다. 그 자리에서 같은 뮤비를 두 번 더 봤다. 그리고 그 후 이전 앨범의 수많은 뮤비와 무대 영상, 방탄 TV(방탄이 직접 콘텐츠 찍어 올리는 유튜브 채널) 영상 그리고 팬들이 편집해 올린 영상들을 보았고 방탄에 심하게 빠져버렸다.

유튜브가 귀신같이 올려주는 추천 동영상 리스트는 입덕으로 가는 모노레일이다. 갓우튭.

https://youtu.be/MBdVXkSdhwU

내가 방탄에 빠지게 된 계기였던 DNA 뮤비

2. 스토리의 힘 Fake Love

  DNA가 수록된 앨범 <Her>는 세계적으로 히트했다. 아이돌에 문외한이던 나도 첫 눈에 반할 정도인데 다른 사람들도 다 마찬가지였을거다. 방탄의 빌보드 Top Social Artist 수상과 성공적인 미국 진출을 보면서 팬심/자랑스러움/뿌듯함이 무한 상승했다. 유튜브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빅히트와 손잡고 YouTube Red Original 콘텐츠로 방탄의 글로벌 콘서트 투어의 비하인드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1화는 무료이고 2화부터는 YouTube Red 유료 멤버십을 가입해야 볼 수 있다. 다큐는 생각보다 고퀄리티였다. 영상미, 스토리에 맞게 적재적소에 깔린 방탄 음악들, 멤버들의 진솔한 인터뷰, 위트있는 편집이 훌륭하다.  아무래도 진지한 콘텐츠이다보니 천천히 시간 간격을 두고 아껴봤다. 각 에피소드마다 스토리와 메인 캐릭터가 조금씩 다른데 개인적으로 6화의 RM 인터뷰가 참 좋았다. 원래 똑똑한건 알았지만 정말 생각이 깊고 마인드가 훌륭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뒤에 이어지는 멤버들의 클로즈업 샷과 음악도 편집 센스 짱이었다.)

출처 : YouTube Red Original <BTS-Burn The Stage> EP6. 우리가 거둔 성과

  다큐라는 장르의 특성에 맞게 평소 다른 콘텐츠에서 접하기 어려운 내용-감당하기 벅찰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은 데에 대한 부담감과 고민-을 다뤄서 좋았다. 이미지로서 방탄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방탄을 보는 기분이었다. 그리고나서 이번 앨범 <Tear>의 타이틀 곡 Fake Love 뮤비를 봤는데 다큐 스토리와 이어지면서 소오름. DNA로 세계적인 사랑을 받은 뒤 그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았을거다. Fake Love는 행복과 두려움이 뒤섞인 방탄의 모순적인 마음을 그들이 제일 잘 할 수 있는 방식-음악, 퍼포먼스, 스토리- 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앨범의 다른 수록곡들도 다 하나의 스토리 안에 있었다. 수록곡들을 쭉 듣고나서 이번에는 Fake Love, Anpanman, El Mariachi 세 개 무대가 나오겠구나 했는데 딱 맞췄다. 히히. (Anapanman은 이전 앨범의 <고민보다 Go> 느낌이었고 El Mariachi는 역시 이전 앨범의 <Mic Drop>의 변주같았다.) 수록곡들이 한결같이 팬들에 대한 사랑, 팬들이 주는 사랑에 대한 그들의 고민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Magic Shop이 제일 좋다.

  RM이 Wings Tour 중 팬들에게 했던 말을 모티브로 만든 곡이라고 하는데 “난 여기 있었고 니가 내게 다가와준거야.” 이 부분은 왠지 ‘우연이 아니고 운명이라는’ DNA의 스토리와도 연결되는듯 하면서 방탄이 구축한 세계, 스토리에 더 몰입하게 한다. 이정도 흡입력있는 스토리는 단순히 기획력만 가지고는 불가능하다. 진심이 담겨있는 거다.


3. 방탄 스토리의 끝판왕 Army

  나는 Army(방탄 팬클럽)는 아니다. 적극적으로 조직 활동을 하는 스타일은 아니고 그냥 혼자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유튜브에서 Fake Love 리액션 비디오들을 보다가 처음으로 Army에 가입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액션 비디오를 쭉 보다보니 내가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다른 사람들과의 공감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지 새삼 깨달았다. 미국인 소녀 두명이 찍은 리액션 비디오에서 그들의 등 뒤로 “We are one”이라는 팸플렛이 걸려있는 걸 봤는데 정국이가 복근을 개방할 때 꺅-하며 서로 때리고 난리나는걸 보니 “우리는 하나”가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다. 유튜브는 Army들이 서로를 알아보고 공감하고 팬덤을 공고히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해 왔고 하고 있다. (물론 트위터도 그렇다고 들었는데 트위터는 Publishing의 느낌이 강하고 아무래도 영상의 힘이 더 클 것 같다.)

출처 : https://youtu.be/u5YdW7sme6A 다 똑같은 마음

4. To be continued

  뛰어난 실력이나 매력을 가지고 있으면 유트브나 인스타그램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본력없는 개인도 셀럽이될 수 있는 세상이다. 빅히트와 방탄은 시대의 흐름에 맞춰 전략을 짰고 적중했다. 뛰어난 실력, 매력 둘 다 있었고 무엇보다 스토리텔링 능력이 압도적이다. 팬들과 차근 차근 소통하면서 구축한 방탄:Army의 세계 속에서 탄생하는 방탄의 앨범은 이제 반지의 제왕1, 2, 3...이런 느낌이다. 이번 앨범에서 방탄이 ‘전한 진심’처럼 세계적인 스타의 자리에 서는 일은 계속 어렵고 부담스럽고 혼란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방탄은 잘 할 것 같다. 다큐에서 슈가가 ‘내려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즐기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대해 말했는데 이런 마음이라면 충분히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힘내요 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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