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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joge Sep 19. 2018

바닷가마을 여행 다이어리

가마쿠라 당일치기 여행

1. 출발

신주쿠 오다큐선 역안으로 들어서면 크게 ‘오다큐선 여행 서비스 센터’라고 쓰인 간판이 보인다. 사람들이 티켓을 사려고 줄서 있는게 보일텐데 냉큼 가서 줄을 선다. 조금 옆에 티켓 발권 기계가 있지만 한두시간내에 출발하는 표는 여기서 살 수 없고 조금 떨어진 시간에 출발하는 표만 판매 하는 것 같았다. 서비스센터로 가면 직원분이 가마쿠라 가는 방법, 오다큐선 시간표까지 해서 꼼꼼하고 알기쉽게 설명해주니까 바로 출발할거라면 그냥 바로 여기로 가는게 좋다. 신용카드로도 티켓을 살 수 있다.  


신주쿠에서 오다큐선을 타고 Fujisawa역까지 간다. 대략 한시간 정도 걸린다. Fujisawa에서 내려서 에노덴선으로 갈아타는 곳으로 이동한다. 지하 보도로 이동하는게 아니고 지상으로 나가서 다른 입구로 들어가야 한다. 중간에 JR타는 곳으로 빠지지말고 잘 가도록 주의한다. 가마쿠라 여행객들이 많아서 눈치껏 따라가도 되고 표지판 안내도 잘 되어있다.


2. 가마쿠라시 도착

에노덴선은 가마쿠라 로컬 지하철이라고 보면된다. Fujisawa 에노덴선을 타고 목적지인 가마쿠라까지 갈 수 있다. Fujisawa에서 가마쿠라 가기 전에 에노시마나 가마쿠라 코코마에같은 곳들이 관광 스팟으로 유명하다. 가마쿠라 코코마에는 만화 슬램덩크 배경으로 나온 곳이라 유명하다. 아침도 안먹었고 딱 점심 무렵 도착해서 무척 배가 고팠기 때문에 에노시마, 가마쿠라 코코마에 다 패스하고 Inamuragasaki역에 내려서 블로그에서 찾아본 맛집인 Yoridokoro Cafe을 찾아갔다. 여기는 일본 TV에도 소개된 맛집이고 현지인들에게도 인기가 많아서 가면 무조건 대기가 있다. 하지만 대기 명단에 이름과 전화번호를 걸어놓고 근처에서 놀다오면 되기 때문에 문제 없다.

Inamuragasaki 역
Inamuragasaki역에서 Yoridokoro Cafe로 걸어가는 길. 내려서 조금만 걸어가면 바로 작은 가게가 나타난다.
가다가 고양이를 한마리 만났는데 털이 희고 깨끗한게 주인이 있는 냥이 같았다. 이리오라고 하니 총총총 걸어오길래 나한테 오는 줄 알았는데 쿨하게 옆으로 지나갔다.

12시쯤 가게에 도착했는데 딱히 줄은 없었지만 직원이 대기명단을 들고 나와 식사를 하려면 앞으로 한시간 반에서 두시간 정도가 걸린다고 했다. 좌석이 많지 않은 작은 가게이고, 많은 사람들의 음식을 준비하려면 시간이 걸리는데다가, 이미 대기 명단에 다른 사람들이 이름을 올려놓고 간 상태라서 그런 것 같았다. 이름 올려놓고 다른데 가서 놀다오면 되는데 연락할 수 있는 휴대폰 번호가 있으면 시간이 되면 가게에서 직접 전화를 준다. 나는 같이간 현지 친구 번호가 있어서 편했다. 관광객이라면 대충 시간 맞춰 돌아와도 될 것 같다.

Yoricokoro Cafe 외관. 맛도 있지만 지나가는 에노덴선 열차를 보며 식사를 할 수 있어서 유명해진 듯 하다.

3. 가마쿠라 거리 구경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다시 Inamuragasaki 역으로 돌아가 몇 정거장 더 가서 가마쿠라역에 내렸다. 사람이 엄청 많다. 역에서 나와서 조금만 걸어가면 메인 스트리트가 나오는데 거리가 사람으로 꽉꽉 차있었다. 배가 무척 고팠고 밥을 먹으려면 아직 한시간이 넘게 남아있었기 때문에 간단한 군것질로 허기를 달래기로 했다. 나의 첫 선택은 붕어빵. 작은 붕어빵 여덟개에 한화로 5천원 정도 했던 것 같은데 다양한 맛이 있어서 원하는 걸 고르면 된다. 플레인, 단팥, 초코, 치즈, 머스터드 맛을 골랐다. 맛있었다! 같이 간 현지 친구가 가마쿠라는 소시지, 가마쿠라 맥주, 멸치덮밥류의 해산물 등이 유명하다고 했다. 길거리에서 소시지 한컵, 맥주 한잔 사서 먹거나 녹차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구경을 하면 꿀맛일 것 같다. 맛있는 식사를 위해 배부른 음식은 자제했고 중간에 아이스 녹차라떼를 하나 더 사먹었다. 거리에는 작은 기념품 가게들, 음식점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주로 먹는 곳이 많았던 것 같다. 말랑말랑한 비누를 파는 가게에서 비누를 직접 써볼 수 있게 세면대를 마련해둬서 붕어빵 기름 묻은 손을 깨끗하게 닦았다. 비누가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게 기분이 너무 좋아서 하마터면 살 뻔했다. 비싸니까 자제하고 대신 기념품 가게에서 귀여운 단고 모형을 두개 사서 같이 간 친구와 나눠 가졌다. 악세서리, 유리 공예품 등 아기자기한 소품을 파는 곳에서는 다른 친구에게 줄 판다 스티커를 샀다. 어디 놀러가면 작고 귀엽고 그리 비싸지 않은 물건을 쉽게 사는 편인데, 이런 나를 두고 언니는 예쁜 쓰레기(!)를 사지 말라고 말리지만 막상 때가 되면 멈출 수가 없다. 거리를 통과해 Houkokuji라는 이름의 근처 절까지 걸어갔다. 넉넉잡고 한 20분 가량 걸어간 것 같은데 시간이 없거나 날씨가 좋지 않으면 버스를 이용해도 좋을 것 같다.

가마쿠라 동네 이발소. 안이 슬쩍 들여다보이기에 한 컷. 옆은 앤틱 소품 가게.
Houkokuji 사원까지 걸어가는 길. 가족 단위로 놀러온 현지 가족들도 많다.
진짜같은 고양이 모형. 자세랑 표정이 리얼하다.

4. 대나무 숲에서 힐링

Houkokuji는 가마쿠라에 있는 여러 절들 중 한 곳인데 대나무 숲으로 유명하다. 기본 입장료는 한화로 오천원, 절 안에 대나무 숲을 바라보며 녹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거기까지 가려면 칠천원 조금 넘는 입장료를 내야한다. 녹차를 마시고 싶었지만 만석이라 티켓을 살 수 없었다. 그냥 기본 입장료를 내고 들어갔다. 절 안으로 들어가는 길이 예쁘고, 입구를 지나면 걸터앉아 잉어 연못과 멀리 경치를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나온다. 그리고나서 돌계단을 따라 대나무 숲을 한바퀴 걸으면 땡이다. 규모는 작지만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어 좋았다. 규모가 작아서 가능한 것일수도.

고즈넉한 분위기의 절 입구를 걸어 들어가면 걸터앉아 경치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대나무숲을 보며 녹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 만석이라 기회가 없어서 아쉬웠다.
일본 우에노 동물원에 있는 아기 판다 샹샹으로 추정되는 판다 스티커. 판다를 좋아하는 친구에게 주려고 샀다.

5. 늦은 점심 식사

절에서 나와 버스를 타고 다시 가마쿠라 역으로 돌아갔다. 가는 길에 마침 식당에서 전화가 왔다.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두시간 정도 지난 후였다. 식당 안은 한산했다. 공간 자체가 작기도 하지만 한 테이블이 비어 있어서 더 그렇게 느껴졌다.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릴 때 주문도 미리 해두었기 때문에 앉아서 기다리기만 하면 됐다. 식당 안에서 가장 인기있는 자리는 지나가는 열차를 보며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인데 이미 다른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음식이 나오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리긴 했지만 가게 분위기도 좋고 가끔씩 열차도 지나가고 하니까 지루하지 않았다. 드디어 음식이 나오고 미소 장국을 먼저 한입 먹었는데 엄청 맛있었다.! 음식에 대한 기대감이 올라갔다. 이 가게의 시그니처인 소금 고등어 구이와 간장 고등어 구이를 시켰고 사이드로 달걀을 두개 주문했다. 날달걀과 작은 그릇 두개를 가져다 주는데 먼저 노른자와 흰자를 분리하고 흰자를 휘저어서 잘 섞은 뒤 밥 위에 뿌린다. 그런 다음 노른자는 동그란 모양을 잘 보존해서 그 위에 살짝 올리면 된다. 비주얼 때문에 이런 방법을 안내해 주는 것 같았는데 나는 노른자와 흰자 분리 단계에서 이미 실패했기 때문에 그냥 다 섞어서 비벼 먹었다. 생선, 달걀밥, 야채반찬, 미소장국, 녹차 모두 맛있었다. 건강한 맛! 가격도 인당 만원 정도로 그리 비싸지 않았다. 그리고 직원분도 상당히 친절! (네이버 블로그에서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분이 있다.’는 글을 보고 갔는데 과연 정확한 표현이었다.)

건강하고 맛있는 한끼. 만족스러웠다.
가게 분위기,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도 정겨웠다.
지나가는 에노덴선 열차를 보며 식사할 수 있어 인기가 많은 창가자리. 운이 좋으면 앉을 수 있다.

6. 바다 구경

즐거운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와 바닷가 쪽으로 걸어나갔다. 오전에는 약간 흐렸는데 오후가 되면서 날이 개고 햇빛이 쨍하고 내리쬐고 있었다. 서핑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파도가 제법 커 보였다. 바닷가를 따라 쭉 걷다보니 LA 느낌이 물씬나는 카페가 하나 나왔다. 여유롭게 앉아서 바다 풍경, 햇빛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도 합류해서 자리를 잡았다.

까만 피부의 서퍼들이 많았다.
식당에서 나와 바닷가 쪽으로 쭉 걷다보면 나오는 Pacific Drive-in
한낮의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
가마쿠라 거리에서 산 단고 모형. 땅에 떨어진거 아님.

바다를 보고 앉아있으니 가족 생각이 나서 영상통화를 걸었다. 마침 언니네 가족, 엄마, 동생이 다 모여 있었다. 행복을 나눌 가족이 있다는 건 참 감사할 일이다. 한참을 햇빛을 즐기고 바다도 보고 서핑하는 사람들 구경도 하다가 일어섰다. 친구가 근처에 유명한 카페가 있으니 가보자고 해서 그리로 갔다. 역시나 줄이 길었다. 안에 들어가진 않고 바로 옆에 위치한 작은 가게들을 둘러보고 놀았는데 건물 틈 사이로 보이는 바다뷰가 예술이었다.

건물 틈새로 보이는 바다가 예뻤다. 건물도 예뻤다.
해변 분위기 물씬 나는 옷가게 구경.
가게에서 작은 그림 엽서를 하나 샀다.

해질녘이 되자 바닷가는 한층 더 예뻐졌다. 원래도 예뻤는데 또다른 예쁜 모습을 보여주니까 황송한 기분이었다. 해질녘 바다를 두고 오기 아까워서 한참 바라봤다. 친구는 해가 떨어지면 금방 어두워질거라고 지금 돌아가면 딱이라고 했다. 역시 사람은 타이밍을 잘 알아야한다.  

해변 도로 풍경.
해질녘 바다. 사람들이 다 같은 방향을 보며 저마다의 행복한 시간에 빠져있었다.

7. 집으로 가는 길

바닷가 근처 역 이름을 까먹었는데 Inamurasagaki 바로 다음 역이었다. Fujisawa로 돌아가는 열차를 탔다. 사람이 엄청 많았다. Fujisawa에서 다시 지상 출구로 나가서 왔던 길로 돌아가 오다큐선 신주쿠행에 몸을 실었다. 피곤했지만 가는 내내 친구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친구에게 혼자 왔으면 이렇게 즐겁지 않았을거라고 고맙다고 말해주었다. 사실 이 친구는 내 일본인 친구의 회사 동료로 며칠 전에 친구와 함께 저녁 먹는 자리에서 처음 만났는데 내가 주말에 가마쿠라에 가볼 생각이라고 했더니 혼자 심심할까봐 먼저 연락해서 기꺼이 동행해 주었다. 일본에서 십년 넘게 산 대만안 친구인데 성격도 시원시원하고 말도 잘 통하고 예쁜 친구다. 이런 좋은 친구를 만나는 일도 참 복이다.

 역으로 가는 길, 가마쿠라 저녁 풍경.

도쿄 시내에만 있다가 가마쿠라에 오니 멀리 여행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실제로는 한시간 거리인데 이 정도면 가성비가 짱인 것 같다. 유명한 관광지이다보니 사람도 많고 흔한 풍경도 많지만, 소소한 즐길거리&먹을거리가 많고(바다 보면서 가라아게나 소시지에 가마쿠라 맥주 한잔 했어도 참 좋았을 것 같다.) 특유의 정겨운 바닷가 마을 분위기를 느낄수 있어 좋았고, 도심에만 있다가 자연 속에서 힐링되는 것 같아 좋았다. 돌아보니 모든 순간이 다 좋았다.

가마쿠라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바닷가마을 다이어리>의 배경지이기도 하다.     


* 여행지 정보

생선구이가 맛있는 일본 가정식 식당 Cafe Yoridokoro
https://goo.gl/maps/xfnf7Xx2BB22

작지만 힐링되는 공간 Hokokuji

https://goo.gl/maps/zR278vm2UEu

캘리포니아 느낌 물씬 나는 Pacific DRIVE-IN
https://goo.gl/maps/TY83Dmq5rJH2

줄이 길어서 안 들어간 곳이 여기였다. 광화문 디타워에도 있는 bills. 식당 입구 뒤쪽으로 들어가서 건물 틈새로 보이는 뷰가 진짜 예쁘다. bills Shichirigahama
https://goo.gl/maps/WTAPMZf2NDL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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