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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joge May 31. 2024

인간의 서사 창조

마이클 센델 <정의란 무엇인가> 독후감 1편

무질서한 우주 속에서 시간은 일정하게 흐르지 않는다지만, 인간은 이 혼돈 속에서도 태어남과 죽음 사이에 일어나는 많은 일들에 의미를 부여하며 서사를 만들고 궤적을 남긴다.


내가 나름대로 생각해 본 인간이 의미를 부여하고 서사를 만드는 과정은 대략 다음과 같다.


이야기와 직면


긍정적인 이야기

숙고된 이야기들이 조심스럽게 다가온다. 공감, 감동, 놀라움이 일어난다. 이 마음의 흐름을 가져다가 내 기준을 만드는 에너지로 사용하려면 거듭 생각하고 의미를 곱씹어보는 ‘깨어남’의 시간이 필요하다.


부정적인 이야기

정제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엄습한다. 감정들이 휘몰아친다. 시야가 흐릿하고 마음은 어지럽다. 휩쓸리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한 방향으로 움직이려면 가장 먼저 '깨어남'의 시간이 필요하다.


깨어남

깨어남의 시간은 온전히 혼자가 되는 고독의 시간, 불면의 시간이다. 고독을 외면하지 않으면 이내 감정들이 가라앉고 조용히 생각이 떠오른다. (최근에 읽은 헤르만헤세와 김진영의 책에서 아무 생각 없이 푹 잘 자는 날들만 계속된다면 한 번쯤 내가 잘 살고 있는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던 것 같다.)


생각

생각이 꼬리를 물며 이어진다. 흐릿했던 시야가 명료해지고 복잡했던 생각이 정리된다. 수많은 것들이 조화롭게 연결되며 제자리를 찾는다. 읽은 것들과 경험한 것들을 반추하며 나만의 언어와 개념, 의미를 탄생시킨다.


깨달음

‘아, 그것은 이런 것이었구나’, ‘앞으로 이렇게 해야겠다’는 나만의 기준이 생긴다.


행동

깨닫고 난 뒤 행동하지 않으면 깨달은 것이 의미가 없다. 깊이 생각하고 마침내 선택한 방향으로 당당히 걸음을 떼야한다.


추구

지속적인 깨달음과 행동이 하나의 방향을 향하며 더 큰 의미와 서사를 만든다. 삶의 궤적이 만들어진다.

그림 : bojoge, Chat GPT


철학은 크고 중요한 문제에 대해 명료하게 추론하는 학문이다. 우리는 철학을 통해 직면하고 깨어나고 생각하고 깨닫는 훈련을 할 수 있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한국에서 200만 부가 넘게 팔렸는데, 쉽고 재미있게 철학적 사고로 안내하는 것이 이 책의 미덕이다.


최근 몇 달간 새로운 조직과 급변하는 상황에 적응하면서 이런저런 고민이 많았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지금의 상황을 정리해 볼 수 있는 철학적 질문들이 떠올랐다.


- 나는 일상 속에서 어떤 것들을 직면하고 있는가?

- 나는 그것들을 어떻게 마주하고 있는가? 감정에 휩쓸리는가, 침착하고 명료하게 생각하는가?

-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 나는 어떤 것들에 소속감을 느끼는가?

- 고유한 ‘나’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우리’의 범위는 어디까지 커질 수 있는가?

- 사는 동안 ‘나와 우리의 이야기’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다음 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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