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진도 간재미
몸이 으슬으슬하면 가닥가닥 일어나는 간재미를 먹어야 한다는 신호이다. 추위를 이긴 보리 새순이 먹어도 될 만큼 부들부들 자랐을 터, 간재미가 살이 올라 먹기 좋을 때이다. 그래서 진도로 달렸다. 해남과 진도를 잇는 진도대교에서 내려다보이는 울돌목은 늘 힘차다.
지금처럼 뷔페가 흔하지 않았던 시절에는 잔칫상에 꼭 올라오던 것이 홍어무침 또는 간재미 무침이었다. 매콤, 새콤한 간재미 무침은 잔칫상의 감초와 같은 역할을 했다. 어린 나이에도 그것이 빠지면 서운했다. 진도 읍내를 돌아 간재미로 입소문이 난 곳을 찾아갔다. 늦은 밤에 도착했는데도 사랑방 식당 여주인(김옥란, 여, 65세)은 반갑게 맞아주었다.
“암놈은 지금부터 추워지면서 살이 올라.
사계절 나긴 하지만 겨울에 맛이 있고 여름에는 덜 드시지.
겨울에는 탕 끓여도 맛있고,
보리 나새(보리순)하고 배추 솎은 거하고
된장하고 끓이면 엄청 잘 잡수지.
그래 보리 남새 나문 더 맛있어.”
주인아저씨는 간재미를 손질하여 탕을 준비하고 아주머니는 간재미 무침을 준비했다. 간재미는 수놈보다 암놈이 통통하고 맛있다고 한다. 수놈은 꼬리에 두 줄의 가시가 있고 암놈은 세 줄에서 다섯 줄 이상의 가시가 돌기처럼 돋아나 있다. 수놈의 가시가 더 억세고 먹기에 불편하여 주로 암놈이 요리에 쓰인다. 간재미는 다른 생선과 달리 오도독 뼈를 씹는 맛이 특별하다. 따라서 산란 전 암놈의 뼈가 연해지기 때문에 그때가 제철이라는 것이다.
내장이 손질된 간재미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본다. 간재미와 눈을 마주하고 있자니 마음이 무거워져 뒤집어 놓았다. 무침용은 일일이 껍질을 벗겨 손질한다. 무와 미나리, 배가 들어가는데 미나리는 반드시 살짝 데쳐서 사용한다. 숭덩숭덩 썬 야채와 고춧가루 약간, 특수 비법으로 만든 식초로 버무리면 된다.
“간재미는 가시가 있어서 꼬리만 못 먹지.
그런데 좋아하는 사람들은 탕 탕 조사 가꼬 다 먹어 부려.
버릴 게 없어. 비린내 안 나고 담백하고.”
간재미를 무칠 때는 막걸리에 담가 두었다가 하는 사람도 있지만 간재미의 쫄깃함이 줄어든다며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한다. 예전에는 간재미 껍질을 벗기지 않고 요리를 했으니까 그랬다지만 지금은 불필요한 과정이 된 것이다. 그럴만하다는 생각도 든다. 간재미는 홍어처럼 숙성시키지 않고 날로 신선하게 먹어야 한다. 머리카락 쭈뼛 서며 입안이 흥건해지는 무침만큼 간재미 탕도 맛있다.
“간재미 탕은 다른 것에 비해 고춧가루가 덜 들어가. 된장하고 고춧가루 약간 풀고 마늘 넣고 그라면 땡이여. 간재미는 비린내가 안나. 나달나달 살만 먹지 말고 뼈도 씹어 먹어봐.”
얼큰하고 구수한 국물과 쫄깃한 살, 똑똑 끊어지는 뼈를 먹는다. 애와 내장 등을 넣어 더 맛이 있다. 온몸이 노곤하고 기력 보충이 되는 듯하다. 주인아주머니의 이야기보따리는 한상 가득 차려진 반찬 수만큼 끝이 없다. 밤도 길고 그녀가 권하는 홍주를 마시며 밤새 옛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움 주신 분]
사랑방식당 김옥란(여, 65세) 주인장은 진도의 간재미와 바지락, 전어 등으로 지역의 맛을 25년 간 지키고 있다. 늦은 밤까지 요리와 사진 촬영, 옛이야기 등의 도움을 주셨다.
* 위 글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원연합회 지역n문화에 게재된 글입니다.
https://ncms.nculture.org/food/story/1788?_ga=2.17528441.1559705289.1613814797-477163452.16130985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