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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빛 Feb 21. 2021

기다림의 맛, 지역에서 재배한 콩으로 만든 두부삼합

경주 농가 맛집 두부삼합

    

  출렁이는 황금색 보문 들 너머로 황복사지 삼층석탑이 지나간다. 경주의 가을은 좋은 이에게 보여주고 싶다. 아름다운 경주에서 건강한 밥상을 차리고 있는 농가 맛집과의 인연은 꽤 오래되었다. 굽이굽이 오르는 길은 서둘러 갈 곳이 아니다. 그렇다고 속도를 내 운전을 할 수도 없어 마음을 비우며 산모퉁이를 돈다. 예전에는 이 길을 걸어서도 갔었다.     


  농촌진흥청은 2007년부터 농가의 소득 향상을 위해 농가 맛집 사업을 추진하였는데 경주 지역에서는 콩을 활용한 요리가 농가 맛집 사업 음식으로 선정되었다. 직접 재배한 콩이나 주변 농가의 콩으로 두부를 만들어 판매할 수 있으니 식당의 입장이나 지역 농가의 입장에서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그 시작이다.


  


   골목 어귀의 고두반(固豆飯). 한결같은 마음으로 두부를 주식으로 밥상을 차린다는 의미이다. 작은 텃밭을 아기자기하게 가꾸어놓았다. 채소 이름표를 달아놓고 도자기 인형을 곳곳에 두어 아이가 있는 가족이 오면 즐거운 장소가 된다. 식당이라기보다 친척집을 방문하는 기분이다.      


고두반 최성자 씨

  “오시는 길이 힘드셨죠?”

  수줍은 웃음을 건네는 최성자(여, 59세)씨는 고소한 콩물로 필자를 위로한다. 30년 넘게 경주에 살면서 여러 사람과 건강한 밥상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농가 맛집을 운영하게 되었다. 남편은 도자기를 굽는다. 딸은 그림을 그리고 그녀는 요리를 한다. 사철 나는 채소로 반찬과 샐러드를 만들고 뒤뜰의 뽕나무 열매를 따서 오디효소도 담근다. 소금도 가마에 직접 구워서 사용하고 조미료도 직접 만들어 쓴다. 얼핏 생각하면 낭만적인 행복한 가정이다. 그러나 식당을 운영하면서 하루가 모자랄 정도로 바쁘게 되었다. 


  그녀와 남편 김정윤(58세)씨의 하루는 새벽 5시부터 시작한다. 가마솥의 두부가 몽글몽글 끓어오르면 두부의 간을 보는 것이 그녀의 일이다. 기분 좋게 아침을 여는 날에는 두부가 잘된다. 직접 재배한 콩 중에서 좋은 콩을 골라서 늘 만들던 방식대로 하고 있지만, 어떤 날은 두부의 맛이 더 좋을 때가 있다. 그런 날은 하루의 시작도 좋다. 이곳 손두부의 특징은 햇볕에 잘 말린 다시마 가루가 들어있다는 것이다. 


  두부의 주재료인 콩에는 항암효과와 함께 과산화지질을 막아주는 사포닌 성분이 있지만 체내의 요오드를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문제가 있다. 그러므로 다시마를 함께 먹으면 기초 대사량을 조절하는 체내 요오드의 균형

을 맞출 수 있어 좋다.      


다시마 두부


  “여기까지 굽이굽이 오신 손님들은
 ‘빨리빨리 달라’는 손님이 거의 없어요.
손님이 주문을 하면 ‘상에 올리기까지는
 몇 개월의 시간이 걸리니까
잠시만 더 기다려 달라’고 양해를 구하죠.
마음가짐이 다른 분들이니까
저도 더욱 정성을 들여 요리를 준비해요.
솔직히 이곳은 밥값보다 교통비가 더 드는 곳이에요.”


하며 최성자 씨는 또 웃는다.

두부전골


  그녀의 부엌을 들어가 보았다. 손수 말리고 갈아 만든 조미료는 통마다 이름표를 붙여 가지런히 정리해 놓았다. 아침에 따온 채소와 식용 꽃들도 다소곳하게 손질되어있다. 전골냄비에는 두부와 한우, 콩나물, 버섯 등이 끓고 그 옆에는 비지로 만든 콩전이 기름 위에서 지글지글 소리를 낸다. 그리고 두부삼합.   


콩전과 오디샐러드

  두부삼합이란 두툼하게 썬 다시마 두부와 돼지고기 수육, 가자미식해의 조합을 의미한다. 가을이 되면 가자미를 엿기름과 조, 채 썬 무, 고춧가루와 섞어 일주일 간 삭힌다. 새콤하고 매콤하게 맛이 들었을 때 두부와 수육 위에 올려 먹는다. 10월부터 12월까지, 단풍잎이 마당 한 가득 수를 놓을 때부터 눈이 오는 날까지 먹는 음식이 바로 두부삼합이다. 두부의 담백함과 수육의 구수함, 가자미의 매콤, 새콤함이 신선한 상추에 쌓여 하나가 되었다. 여기에 못생긴 그릇에 따른 막걸리만 있으면 더할 나위가 없다.      


다시마 두부전골과 두부로 차려진 한 상


  후식은 계절마다 다른데 환절기에 좋다는 무정과와 감을 내놓는다. 그녀의 따듯한 마음에 감사하며 어두운 길을 나선다. 낯이 익어서일까 내려가는 길은 쉽고 편하다.


[도움 주신 분]          


농가 맛집 고두반(固豆飯)은 김정윤(남편, 59세), 최성자(부인, 59세) 부부와 딸 김명길(31세)씨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 위 글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원연합회 지역n문화에 게재된 글입니다. 

https://ncms.nculture.org/food/story/1906?_ga=2.8548981.1559705289.1613814797-477163452.1613098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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