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써야겠다면 써라. 하지만 돈을 버는 건 우연한 사고라고 생각해라.
보상은 쓰는 것 자체로부터 얻어라 -펄벅
꽤나 멋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것에 열정을 다한다는 것은 나의 기운과 정신을 불어넣는 일이고 당연히 기대심리로 이어지게 되어있다. 글을 쓰는 사람들이 갖는 기대심리가 다양하겠지만 나 또한 글을 씀으로 인해서 나의 표현 욕구가 해소되고 사회에 선한 영향력 또는 통찰 할 수 있는 파급력을 줄 수 있다면 큰 보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작가라는 직업을 갖고 우연히라도 사랑받게 되어 돈을 벌 수 있다면 최상의 보상이자 최고의 컨디션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랬던 내가 펄벅이라는 작가가 했던 말을 보고는 굉장히 직관적으로 높은 인상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미 내가 무언가를 생각해서 쓸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나는 충분한 보상을 받았다고 여기라는 말에서 상당한 공감을 느꼈고 또 그의 순수한 겸손함에 감탄이 나왔다.
글을 써서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이 늘 머리속에 맴돌았다. 언제까지 이렇게 직장인으로 살면서 매달 들어오는 돈에 목을 매고 맞지도 않는 조직 생활에 낀 채 살아가야 하는가. 이것은 내가 매일 출근길과 퇴근길 2시간동안 내내 머리속으로 되새김질 하는 물음표이다. 이런 생각으로 집에 들어오면 물 미역처럼 늘어질대로 늘어진 몸과 정신을 다시 일으켜 세워 힘겹게 노트북을 다시 켜고 뭐라도 한자 적어내야 겠다는 압박감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된다. 그런 불손한 의도 때문이었는지 몰라도 적절한 글 소재하나 찾지 못해 결국 끝내지 못한 숙제를 다시 안고 잠에 드는 날들의 반복이었다.
‘강박, 그것은 결핍의 또 다른 말’이다. 내가 매번 강박적으로 되고자 했던 작가, 그리고 글쓰기는 결국 현실에 대한 불만족과 벗어나고자 하는 나의 욕망이 처절하게 들어간 결핍이었다. 가장 찬란하고 빛이 나야 할 나의 꿈은 지독하게도 아프고 고통스러운 현실의 그림자를 늘 지니고 다녔다.
그랬던 나에게 “글쓰기 자체로 충분히 보상받았다”고 여기는 것은 상당히 참신하고 또 나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말이었다. 글쓰기의 본질, 그것은 나의 생각을 표현해 낼 수 있는 창작의 도구이자 나만의 작품이라는 것. 글을 쓰면서 내가 느끼는 수많은 감정들과 생각들 그것은 지난 나의 모든 과거와 현재 그리고 상상하는 미래를 담아 낼 수 있다는 감격스러운 순간들의 모음이다. 이미 나는 충분히 글을 쓰면서 누려야 할 모든 것들을 누려왔던 것이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지난 날 나를 짓눌러왔던 풀지 못한 숙제를 껴안고 근심과 걱정으로 또 다시 내일을 맞이하는 불쌍한 영혼을 구제해준 기분이 들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내 스스로가 나를 가학적으로 채찍질했던 숨막히는 지난 날들이 가여웠다. 좀 더 자유로워 지기로 했다. 전전긍긍 손톱 물어뜯으며 불안해 하는 영혼이 아닌 본래의 창작이 지닌 자유로움과 살아있는 감정들을 누릴 줄 아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