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의 6개월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날로 부터 벌써 3주째인 오늘. 꽤 긴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미친듯이 게으름을 피우고 놀았던 기억밖에 나지 않는다. 특별한 장소를 가더라도 별다른 준비와 생각없이 떠났던 시간이었다.
"이곳에 가서 이러한 것들을 느껴봐야지!" 했던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꽤나 기분 좋은 변화였다. 제주에 있을때 나를 그리 괴롭혔던 '배움'과 '깨달음'에 대한 강박에서 조금은 벗어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올해 내내 고민하고 다짐했던 '나'만의 당당한 인생이 그리 쉽게 펼쳐지지는 않았다. 몇 만 가지의 인생과 몇 만 가지의 가치가 다양하게 존재한다는 생각이 가장 확고해졌던 올해. 이제는 그저 대부분의 다름을 이해하고 인정하게 되었지만, 정작 나 자신을 세상에 내놓는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어지지 않고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독특하게 사는 것은 너무나 멋있고 닮고 싶은데, 이상하게도 내가 그렇게 행동하는 데에는 두려움이 있었다.
내 1년에 대해 "뒤처진것이다, 시간이 아깝다." 하는 얘기에 100% 떳떳하지 못하는 것이 이에 대한 예시이다. 확실히 내가 하고싶었던 것을 하고있어 좋고 내가 이상하던 "나만의 삶"을 살고 있어 기쁜데, 이상하게 저런 말들을 흘려듣는 것은 힘들었다. 유토피아와 같았던 제주를 떠나 나의 일상이자 현실인 이곳으로 돌아오니 다시 예전의 위축된 모습으로 돌아간 느낌도 들었다. 또다시 입만 산놈이 되는 것인지.. 내 마음이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이 참 아쉽고 속상했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진 몇 가지에 만족하고 감사해야 할 것 같다. 확신을 갖지 못해 괜히 내 계획을 자랑처럼 늘어놓으며 인정받으려 했던 작년12월과 올해 1월의 나. 지금은 내 1년에 어느정도의 확신이 생겼기에, 마치 강의하듯 늘어놓는 모습은 사라지게 되었다. '남'을 만족시키는 것이 아닌 '나'를 만족시키는 1년에 조금 더 가까워진 것이다.
이제 내가 그토록 원했던, 마음가는 장소인 유럽으로 떠날 날이 정확히 일주일 남았다. 내가 이상하는 나의 모습 중 하나였던, 유럽을 여행하는 '나'. 과연 나는 유럽을 다녀온 후 또 어떤 이슈를 머릿속에 잔뜩 넣어서 오게 될까? 제주에서 얻은 여러 이슈를 풀며 조금씩은 변화했던 6개월 간의 나처럼 조금은 더 성장해 있을까? 잘 모르겠다. 만약 그렇지 않더라도 딱히 상관은 없을 듯 하다. 그저 꿈꾸던 시간을 만끽하며 행복한 순간순간을 만끽하는 것이, 지금의 나에겐 가장 중요한 사안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