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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오 May 22. 2024

사랑하는 너에게

팻메스니를 사랑했던 너에게

아주 오랜 시간 팻메스니의 모든 음악을 들었던 시간이 있었다. 그러다 오랫동안 그 음악을 잊고 살았다.
여름이 시작될 무렵 유튜브 재즈채널인 Jazz is everywhere의 팻매스니 플레이리스트를 듣다 생각난 한 사람이 있다.

내 나이가 만으로 서른일곱이니까. 십 칠 년 전.

오래전 친구였지만 우리는 마치 스무 살에 막 알게 된 사이처럼 그때부터 우리의 시간을 쌓아 올렸다.
무인양품의 에센스였나 룸디퓨져였던 피그 베이스의 향기가 잔잔하게 돌던 5평 남짓의 홍대 원룸에 살던 남자아이. 마른 몸에 책과 음악 그리고 어른스러운 위스키 스트레이트를 즐기던 아이는 하루키 소설 속 남자 주인공처럼 리넨 셔츠나 리넨 반바지가 썩 잘 어울리던 아이였다.

우리는 어린 시절 함께 시간을 보냈던 초등학교 동창이었다 스무 살이 다 되어 다시 만났다.

좋아하던 음악과 숨이 끊어질 듯 쏟아지는 이야기들.

어린 시절에는 미처 몰랐던 작고 큰 이야기들을 나누며 반짝이는 스무 살을 보냈다.

그 이후 우리는 삼년 혹은 더 긴 시간이 지나야 만나곤 한다.

나에게 그 아이는 팻메스니의 기타 소리, 이름은 알 수 없지만 코끝에 기억해 둔 무화과향 그리고 얇고 고운 손가락, 위스키, 애쓰는 마음, 가녀린 사랑, 나의 스무 살.

파리와 베를린, 사진 그리고 내 이십대의 색깔.


나는 녀석을 사랑한다.

예술가인 녀석의 작품도, 가녀린 사랑을 하는 그 아이의 마음도, 큰 눈망울도, 언제나 삶에 애쓰는 그 태도도.

나는 그 아이를 통해 나의 삶이, 나의 취향이 확장되어 지금을 나를 만들었다.

고요하고 섬세한 나의 마음이 기타 줄에 튕겨지듯 흔들거리는 나의 스무 살 그리고 여전한 지금도.


반드시 성공을 알려주는 귀인이 아닐지라도

각자의 인생에서 잊히지 않는 존재가 있지 않던가.


더 자주 안부인사를 전하고, 더 깊게 사랑한다 전해줘야겠다.

쓸쓸해지지 않고 그리워지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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