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경 Jul 04. 2019

작은 바닷가 마을 파라파라우무

또 다시 이방인으로


#뉴질랜드워킹홀리데이

작은 바닷가 마을 파라파라우무



instagram@id1992 파라파라우무,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웰링턴, 그리고 웰링턴에서 지금의 파라파라우무로 오기까지 약 열흘의 시간이 흘렀다. 사실 미리 예약해둔 숙소들만 아녔어도 지역 이동부터 취직까지 일주일이면 충분했을 수도 있지만, 시간에 쫓기지 않고 그간 밀린 잠도 원 없이 자고, 애인이 외장 하드에 담아준 드라마도 실컷 보고, 단돈 15불에 이발도 했으니 그걸로 됐다, 고 생각 하기로 했다.



instagram@id1992 파라파라우무,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웰링턴까지 인터시티 버스를 타고 11시간. 그리고 또 기차 타고 40분. 물론 비행기를 탄다면 시간과 비례하는 피로감을 1/10으로 줄일 수 있겠으나 나는 남는 게 시간인 사람인데다, 캐리어 2개에 백팩 한 개를 들고 개같은 오클랜드 언덕을 넘어 공항버스를 타고 공항에 가서, 추가금을 내고 짐을 부치고, 닭장 같은 비행기를 타고, 다시 짐을 찾고, 다시 도심으로 돌아오는 게 너무 귀찮았기에 큰 고민 없이 버스를 택했다.


(인천-런던 비행시간과 같은) 11시간이라는 이동이 누군가에겐 꽤나 경악스러울 수 있지만 뭐, 오는 내내 양, 말, 소, 호수, 산, 들도 실컷 보았고 오랜만에 가만히 앉아 좋아하는 음악과 생각도 실컷 즐길 수 있어 나름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중간에 정신없이 자느라 점심시간을 놓쳐 배는 조금 고팠지만.





파라파라우무. 대중교통이라 해봐야 약 3~4개 정도 되는 노선이 전부인 작은 바닷가 마을이다. 은퇴자들의 휴양지라 할 만큼 시내버스를 타면 경로당 셔틀버스인가 싶을 정도로 평균 연령이 아주 높다. 덕분에 평화롭고, 여유롭고 덕분에 이따금씩 지루할 수도 있겠다.


그 흔한 스타벅스 하나가 없고 4시면 웬만한 가게들이 문을 닫으니(심지어 카페 라스트 오더는 2시 반^^), 관광객들 입장에서 다소 당황스러울 이곳. 고작 일주일 남짓 일한 일터의 손님들을 동네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우리나라의 옛 간이역만 한 기차역과 그 앞 광장(?)이 유일한 번화가인. 나는 그런 동네에서 살기로 했다.



instagram@id1992 파라파라우무, 뉴질랜드



이 도시를 택한 이유는 굉장히 간단했다. 오클랜드 백 패커스에서 하릴없이 인터넷을 보다가 우연히 파라파라우무 구직 포스팅을 접하게 되면서, 그날로 꽂혀버렸다. 일단, 도시 이름이 매우 귀엽고 귀여웠다. 좋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니 좋아져버렸다. 그래도 굳이 이유를 꼽자면 바다와 인접한 바닷가 마을이며 오클랜드와 달리 인종이 한정적이었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24시간 헬스장이 있었다는 점에서 나의 니즈를 정확히 충족시켰달까.


오늘은 파라파라우무 일터에서 일한지 일주일 되는날!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이 플랫으로 이사온지 일주일+1 일 되는날. 그간 텅빈 방 채우랴, 냉장고 채우랴 정신과 함께 통장잔고도 없었는데 이번주 부터는 지독히도 아무일 없을 이 마을에서 천천히 자리를 잡아갈 예정이다.


다음주에는 보스랑 같이 헬스장 등록을 하러 갈 것이고, 8월 중순에 애인이 오기로 하여 휴가 계획도 짤 생각이다. 옆방에 새로운 플렛메이트가 뷰잉을 온다는데, 어떤 사람이 올지. 궁금하다. 캔모어 때처럼 마음맞는 자매님이 오시면 참 좋겠으나^^; 워낙 동양인이 없는 동네라 그건 어렵겠지? 모르겠다. 일단 졸리니까, 될대로 되라지!




매거진의 이전글 어쩌다, 다합 (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