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영상이 유튜브에 떠버렸다.
하루를 거의 다 쓴 밤,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핸드폰 사용 시간을 확인해본다. 10시간 34분, 켠 채로 잠들었던 방치형 게임이 대충 5시간을 차지하지만, 그래도 하루에 5시간 34분이라는 시간 동안 나는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 중 3시간을 유튜브가 차지하고 있다. 도대체 3시간 동안 뭔 생각으로 유튜브를 보았을까, 본 영상 목록들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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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 없는 유튜브를 보면서 매일 같이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다. 자기 계발, 동기부여 등까지 유튜브로 보는 시대에 이렇게 생산성이 없는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은 걸까. 찌꺼기?
종종 그런 상상을 하고는 한다. 내가 유튜브에서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며, 추천을 하고 사람들의 의견을 받는 그런 순수하고 참 문학적이고도 쓸데없는 대화의 장. 단 나는 얼굴을 가릴 것이다. 쓸데없이 추한 걸 보일 필요는 없고, 모두가 얼굴을 가리고 있을 테니까.
얼굴과 모든 걸 하얗게 가릴 수 있다면, 누가 누구를 비방해도, 칭찬해도 그게 의견으로 받아질 수 있을까? 너무 편한데, 더 바뀔 필요가 있을까? 그러니까, 일종의 흰개미 사회 같은 거 아닐까 싶다. 흰개미는 최초로 사회성 동물이지만, 그 사회가 그다지 변화 없이 거기서 멈춰 있으니까. 사실 모든 걸 가릴 순 없으니 모두가 색깔을 가진 개미 같다고 생각하고는 한다. 같은 개미지만 아주 다양한 색깔을 지닌 개미. (어쩌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관련된 유튜브랑 개미를 봐서 개미에 꽂힌 걸까)
개미는 뚠뚠 오늘도 뚠뚠 열심히 일을 하네.
모든 개미가 과연 일을 할까, 노동을 하는 일개미와 번식을 하는 암수개미는 왜 나뉘어서 부르는 걸까, 다 같은 개미인데. 일의 형태가 다른 거 아닐까, 취업을 앞둔 H형이 말했던 것이 생각났다. ‘개천에서 용 난다고 하는데, 개천은 많아졌고 수질은 천차만별이 되었다’라고. 그리고 ‘나는 성공할 거’라고. 그를 유튜브에서 볼 수 있었다. 그는 성공한 개미가 되었다.
일개미스러운 나는 주둥아리를 움직이며 딱, 딱 주어진 일만 할 것이고 내 일을 마친 뒤에는 다른 개미들을 구경할 것이고, 너무 잘 봤다며 칭찬을 할 것이고, 웃을 것이다.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다. 그럼 나를 구경하는 개미들은 어떨까, 저 둔한 개미를 보면서 뭔 생각을 할까, 궁금하지도 않다. 보이는 것이 부끄럽다. 그런 줄 알면서도 남들을 끊임없이 구경한다.
변태가 된 것 같다. 변태를 할 줄도 모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