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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통 Jul 13. 2023

여름이니까.

- <당신이 오려면 여름이 필요해>를 읽고

당신의 여름이 기분이거나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여행지라면

시원한 문장을 골라서 글로 쓸 수 있을텐데 – 여름 中.


사과에 감정이 없다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어요. 맞아. 하지만 누군가는 감정을 느껴요. 그건 즉흥이었지만 실은 오래전 내가 배웠던 사실들에 더 가까웠다. - 정물 中.


금이 간 유리잔에는

햇볕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데

너는 왜 쏟아지는 것들의 이름을 떠올리는 걸까? - 주변의 모든 것 中.


#당신이오려면여름이필요해 #민구 #시


최근에 자주 하는 말에 대해 생각했다. 유행 다 지난 드립이지만, 장마철도 초복도 다가온 여름인 만큼 ‘여름이었다’라는 말을 뭐만 하면 가져다 붙이고 있었다. 벌레가 달라붙든, 땀이 미친 듯이 흐르든, 개구리 소리가 들리든 간에. 여름이니까.


서포터즈 활동을 하다가, 민구 시인의 일을 도운 적이 있었다. 나는 당시 그분이 작가일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고, 다른 직원분들이 알려주고 나서야 알았다. 그리고 먼저 동문 아닌 동문이라고 말씀 주시면서 많이 챙겨주셨었는데, 더위가 살짝 꺾이기 시작하던 시기였다. 그때 솔로라고 하니 꽤 놀리시면서 연애나 사랑에 대해서 조언도 해주셨었던 게 생각난다. 지금도 솔로지만.


어쨌든, 이직하신 후로도 서포터즈 활동을 하면서 종종 뵙기도 했지만 책으로 만나본 건, 글을 읽어본 건 처음이었다. 어째 제목을 보고 ‘연애 중이셨었나?’ 하면서 소소한 배신감이 들기도 했지만, 그러면 어떤가, 일단 제목부터가 강렬한데. 당신을 보기 위해 필요한 여름.


땀이 많은 나는 여름의 습함을 좋아하지 않지만, 반대로 그만큼 생명력이 넘치는 순간들은 사랑한다. 그래서 유독 풍경 사진을 여름에 많이 찍기도 하는 것 같다. ‘여름’과 ‘너’와 ‘나’ 그리고 ‘우리’가 강조돼서 그럴까. 습한 여름보다는 다 같이 분주히 움직이는 생명력 넘치는 여름이 생각난다.


분주하게 쫓기기도 하고, 망한 순간들에 관해서도 이야기하지만 그런 순간에도 결국 강조하는 것은 결국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것이다. 당신이 없으면 이 생동감 넘치는 순간은 오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 같아서, 시집을 읽는 내내 외롭지 않았던 것 같다. 나에게 사람도 사람이지만 그런 ‘당신’은 뭘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확실히 올해는 망가졌던 에어컨일 것이다, 에어컨이 고쳐진 순간부터 나에겐 진짜 여름 시작이었으니까.


어쨌든 시인은 주변의 모든 것을 가지고 생명력 넘치는 이야기를 한다. 물방울부터, 담배, 자신의 이름까지 재밌게 가지고 논다. 그 생동감은 성장하는 아이를 보는 느낌보다는 깊숙이 몰두하는 덕후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나는 이 덕력이 참 좋다. 하나에 즐겁게 몰두하는 모습을 보면 괜히 나도 힘을 더 받는 것 같아서.


사실 실제로 나오는 문장은 ‘여름이 오려면 당신이 필요하다’인데 다시 돌려보았음에도 ‘당신’

은 여름을 몰고 오는 셈이니 여전히 큰 의미를 가지는 것은 거의 같다고 본다. 여길 지나가면 여름이 시작된다는 이정표처럼. 뭐, 필요충분조건 같은 건 안 따졌으면 한다. 이미 충분히 좋으니까.


장마가 끝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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