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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통 Sep 19. 2023

디자인에 관심이 생기는 - <날마다, 북디자인>을 읽고

어디까지 실수할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뭘 아는지 모르는지도 모르는데요. 36P.

앞으로 10년 뒤에는 『지금, 한국의 북디자이너 41인-2』가 나올까?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어제의, 그리고 오늘의 나처럼 꾸준히 책을 만들고 싶다. 내일도……. - 72P.


‘최종’은 없다. 단지 ‘1쇄 마감’과 ‘2쇄 마감’이 있을 뿐 – 151P.


#날마다북디자인 #김경민 #에세이 #디자인


국제도서전에서 산 책이다. 함께 산 책은 <편집 후기>, 인문학 위주를 내는 싱긋 출판사라고 생각을 했는데 이 두 개가 끌려서 사버렸다. 그때 처음 온 손님이라면서 주셨던 사은품 빵 맛있었는데. 편집자야 희망하던 직군이었지만, 나는 내 맞춤법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앞가림도 못하는 놈이었다.


그렇다고 지금 출판사 마케터로 일하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약간 곁다리는 걸쳐져 있‘었’다. 유통이었으니까, 요즘 쓰는 닉네임(북통)의 이유 중 하나였다. 그렇지만 북디자인이라. 적어도 내가 할 것은 아니라고 무조건 생각했다. 출판 관련 수업을 들을 때도 디자인 관련은 아예 보지도 않았고, 내 손과 감각은 정말 똥 그자체니까.


그런데도, 하고픈 걸 하려면 그와 관련된 걸 알아야 하는 법. 학교를 다녔던 시절에도 만들긴 했지만, 독서모임을 진행하면서 글쓰기 모임을 하게 되었다. 문집을 만드는데, 몇 가지 안다고 나댔다가 잘못 말하는 바람에 문집의 크기를 완전히 망치고 말았다.


인디자인을 배우면서 미친 듯이 배우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부터는 내가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만큼 그런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는 않았다. 조금이라도 관심을 더 가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끌렸던 거겠지. 사실 북디자인에 대한 상세한 사항은 모르더라도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나도 예쁜 책을 보면 호기심이 샘솟으니까.


편집자나 마케터가 쓴 책들은 종종 만날 수 있었지만, 북디자인이 쓴 책은 이 책이 처음이었다. <책책책>은 저자가 여러 명이니 제외. 그래서 다 읽은 소감은, 에세이인 동시에 실용서로 정말 좋지 않나 싶었다. 내용에 대해서 정말 상세한 사항은 다른 책, 자료로 넘어가라고 친절히 알려주는 동시에, 개념적인 내용은 쏙 가져온 듯한 글이었다. 경력을 읊는 게 아니라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도비라, 세네카 등의 기초적이지만 반가운 단어들을 보다가, 책등(싸바리) 계산법 같은 내용이 체크리스트에 상세히 있는 걸 봤을 땐 빵 터져버렸다. 아 정말, 너무 ‘찐’스러운거 아닌가 싶어서, 누가 이런 걸 궁금해하냐면서. 출판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관심이 있을 부분 아닌가.


전자책 유통 쪽에 있었던 만큼 전자책 파트도 재밌게 읽을 수 밖에 없었는데, ‘넌 왜 종이책만 읽냐’며 타박을 받을 정도의 나였지만, 독서의 확장이라는 면에서 전자책을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저자분이 참 생각이 넓으시다는 걸 느꼈다. 따지고 보면 내가 종이책을 선호하는 경향은 소장욕과 질감, 책 자체의 아름다움이 대부분이었는데, 오히려 책이 가진 정보, 텍스트에 집중한다면 전자책이 맞지 않나. 이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언젠가 읽겠지.


디자인적인 이야기 외에도 출판사에서 겪은 이야기가 나올 때,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들이기도 하지만 참 맛깔나게 쓴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관련 단어들을 보면서 어질어질하다가도 환기를 잘 시켜주는 느낌이랄까. 물론 밥 만들라는 빌런을 보았을 때는 더 어지럽기도 했지만.


주변인들에게 쉽게 추천은 안 하겠지만, 최근에 주변 사람들 중 ‘독립출판’을 해보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아진 만큼 맡길 게 아니라면 이 정도는 읽어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더 생각해보라고. ‘출판업’은 텍스트만으로 이루어지는 게 절대 아니니까.


물론 내가 잘 못하는 분야(북디자인)에 대해서 동경이 생기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이 책을 읽은 후에는 단순히 북디자인이 아니라 ‘디자인’ 자체에 대해서도 요즘 생각이 많아졌다. 디자이너에게 명확한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 업무의 전제인데, 이걸 예전에는 잘 몰라서 헤맨 경험이 꽤나 많았어서.


첵 자체나 북디자인에 관심이 있다면 당연히 추천. 별개로 좀 색다른 에세이가 읽고 싶다면 추천한다. 무겁진 않지만, 사적으로 생각해볼 거리는 꽤 많을 것이니까. 여담으로, 저자분이 이 책을 디자인적으로 어떻게 생각할지도 궁금해지는 건 덤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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