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음악 쌈마이 리뷰 - 갓 태어난 음악편
지나가던 사람이 나를 붙잡고 누렁소가 일을 잘하오 검은소가 일을 잘하오 물어본다면 나는 김오키가 제일 일을 잘하오 라고 말하겠다. 이 괴물같은 뮤지션은 솔로와 새턴발라드 프로젝트로 꾸준히 활동하면서도 1년에 풀렝스 정규앨범을 두세장씩 턱턱 만들어내며 벼농사 삼모작에 시달리는 필리핀 물소보다도 더 열심히 일했다. 그러면 하나쯤은 대충 만들거나, 질이 떨어지는 작품이 나올 법도 한데 김오키는 무엇 하나 허투루 만드는 법이 없다.
그동안 김오키가 내온 작업물들을 보면 단짠단짠의 연속이다. '스피릿 선발대'나 '편견에 대하여'에서 내지르는 사회와 인간을 향한 서슬퍼런 데모현장들과, '스트레인지, 트루 뷰티'같은 앨범에서 보여주는 그리움, 외로움의 회한 가득찬 낚시터의 풍경들이 교차된다. 그는 인간이 지닐 수 있는 모든 얼굴들을 샅샅이 까뒤집어내 기어코 음악으로 만들어내고, 거기서 절대로 눈을 피하지 않는다. 그게 사랑에 빠진 모습이든, 잔혹한 금수의 모습이든.
'안부'는 그 중 가장 따뜻함을 파고드는 음악이다. 색소폰이 우리 곁에서 그저 함께 숨을 쉰다. 그 숨 속엔 괴로운 이별의 고통도, 눈물을 동반하는 간절한 그리움도 찾아보긴 힘들다. 그보다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옛 기억을 아련히 추억하는 사람의 살짝은 씁쓸하면서도 덤덤한 숨소리가 느껴진다. 타이틀곡인 '안녕'의 영문제목이 Hi나 Hello가 아닌'Bye'인 것도 같은 맥락이지 않을까. 피처링으로 참여한 이하이와 다예도 그에 맞춰 조용히 속삭이며 함께 숨을 쉬고, 피아노와 더블베이스도 힘을 쭉 빼고 발을 맞추는데 그 속에서 피어나는 거대한 위로와 따뜻함이 빈티지 옷가게의 향냄새처럼 앨범 전체를 감싼다.
김오키의 색소폰은 말을 한다. 한숨이 되었다가, 웅변이 되기도 하며, 이야기가 되고 시가 된다. 자신을 성자조야표도르미하일로비치개돈만스키라 칭하는 이 기인은 그동안 본인은 음악을 정규적으로 교육받은 적이 없다고 여러번 말해왔는데, 아직도 본인이 그 모든 한계와 틀을 깨부셨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또 한번 좋은 앨범을 낳아준 돈만스키에게 축배를.
↓↓↓김오키 - 안부↓↓↓
https://youtube.com/playlist?list=OLAK5uy_mgq_VafTvx0rzamsMhpAyPq7jPLNqVg8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