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싼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돼지국밥과 밀면, 강알리 등킨드나쓰 등등이 있겠다. 또 누군가는 코리안 산토리니 흰여울마을이나 코리안 마추픽추 감천문화마을을 떠올릴수도 있겠다. 이제 또 하나 추가시켜야 할 것이 바로 광안리가 품고 길렀으며, 엘튼 존이 덕질하는 세이수미다.
세이수미의 음악은 회귀이자 진화다. 호스피스 병동에 누워있던 서프 뮤직이라는 환자에게 호흡기를 달고 수액을 투여하고, 걷게 하며 기어코 뛰게 한다. 수액으로는 아련한 보컬을 투여하고, 재활운동으로는 쟁글거리며 부유하는 기타를 쥐어주었다. 한 때 잠시나마 세상을 호령했던 서프 뮤직은 세이수미라는 집도의의 손에서 눈부시게 다시 태어났다.
이번 앨범에서는 그동안 전속력으로 달리던 스쿠터같던 음악들이 전체적으로 속도를 조금 줄였다. 드넓고 활기넘치는 광안리나 해운대에서 작지만 잔잔하고 고즈넉한 몽돌해변으로 무대를 옮긴 듯한 그들의 음악은 오히려 잔잔해졌기에 햇빛이 더욱 찬란하게 비치며 눈부셔졌다. 몇몇 곡들에서는 블루지한 감성들이 꽤나 스며든 모습들이 보이는데 이는 절친한 뮤지션 김일두의 영향이 최선의 방향으로 흡수된 것으로 보인다. 'Still Here'에서 김일두의 블루지한 기타가 아로새겨지는 부분이나 '꿈에'에서 김오키의 색소폰이 스르륵 얹어지는 순간들은 앨범의 화룡점정이라 할만하다.
몰디브 어딘가의 야자수 밑 선베드에서 노래하던 세이수미는 이제 야자수 밑을 벗어나 해변 전체를 물들이는 노을이 되었다. 그들의 해변에서 마지막까지 남은 것은 사랑이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