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음악 쌈마이 리뷰 - 갓 태어난 음악편
요새 TV를 틀면 과장 좀 보태서 매일 노래 경연 프로그램이 각종 방송사에서 방영된다. 그 수많은 경연 프로그램의 공통분모가 하나 있다면 대부분 8~90년대의 음악으로 경연을 펼친다는 점이다. 왜일까. 필자는 그 이유 중 80%이상은 가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새천년 00년대를 넘어오며 음악에서 가사는 그저 캐치한 훅을 실어보낼 도구이거나, 공감대를 불러일으킨다는 미명 하에 찌질한 이별의 슬픔을 쥐어짜는 용도로 전락했고, 가사가 지녔던 의미와 깊이는 모두 실종되었다. 시가 사라진 노랫말은 더 이상 lyric으로 불릴 수 없다.
신지훈의 음악은 솔직히 촌스럽다. 아스팔트가 진작에 끝난 길을 한참이나 걸어가야 나오는 집에 홀로 사시는 할머니가 차려주신 12첩 반상과 사랑방캔디 통이 어렴풋이 보이고 삐그덕대는 나무 마룻바닥이 느껴진다. 이 정도면 일부러 현재 듣기는 조금은 촌스러울지라도, 정감있고 깊이 스밀 수 있는 옛 가요들의 발자취를 따라가기로 한 듯 하다. 이따금씩 들리는 옛 오르간풍의 키보드, 청명한 벨 소리, 어린이들의 코러스 등을 들으면 그 의도가 더욱 명확해진다.
그런데도 계속 듣고 싶다. 이렇게 투명한 음악, 그리고 시를 들어본 지 너무나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맑고 예쁜 목소리로 처연하게 부르기에 더 짙어지는 멜로디가 품은 정서의 힘이 먼저 강력하게 멱살을 잡아 흔들고, '난 잊으려 애쓴 줄 알았는데 되려 밤하늘에 새겼나봐요' 라던가 '그대는 어떤 장면들을 지우고파서 후회 속의 꿈 꾸는 걸 잊었나요' 같은 가사를 듣는 순간 도저히 여기에 저항할 수가 없어진다. 이런 가사를 들어본지가 대체 언제인가. 노래방 기계에서 이런 가사들을 찾아보려면 무조건 4자리나 혹은 3자리 숫자가 나올 것이다. 이런 음악들이 지닌 순수와 투명함은 때때로 유재하나 김광석처럼 영원함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98년생은 태어나서 '음악을 듣는다' 라는 행위를 처음 인지하게 되었을 때, 1세대 아이돌들의 노래가 TV에서 흘러나오고 있었을 것이다. 그 때 신지훈은 TV앞보단 풀밭에 누워 별과 바람과 시를 곱씹었을지 모른다. 그렇게 쌓인 추억들을 오래된 일기장에 한 자 한 자 눌러담고, 꼬깃꼬깃 접어 우리의 서랍 속에 몰래 집어넣었다. 그녀의 다음 시를 또 읽고 싶다.
↓↓↓ 신지훈 - 별과 추억과 시 ↓↓↓
https://youtube.com/playlist?list=OLAK5uy_keslnkrl_rEBRApr_MxdL2hcpB4dR2K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