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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잘하던 실무자가 팀장이 되면 왜 무너질까?

by 장철우

신임 팀장교육중 점심시간에 한 분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동기들 중 가장 빨리 승진해서 많은 축하를 받았다는 그분은 지금 딱 3개월 차. 그런데 표정이 좋지 않았다.

"강사님... 솔직히 때려치고 싶어요."

왜 그러냐고 물으니 이런 이야기를 하셨다.


실무자 때 자신을 그렇게 아껴주시던 본부장님도, 자신을 잘 챙겨주던 후배도 팀장된 이후 자꾸 삐걱거린다는 것이다. 자신은 변한 게 없는데 주변이 너무 달라졌다고 하소연했다.


실무자 때 워낙 에이스라 빨리 승진했지만, 팀장 되자마자 적응을 못해서 좌절하는 분들을 나는 워낙 많이 봐왔다. 그분들뿐 아니라 대부분 신임 팀장이 되신 분들이 이 부분을 잘 몰라서 혹독한 1-2년 차 팀장 시기를 거친다.


그 세 가지 이유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첫째, 서로 간의 기대치를 명확히 하지 않았다


신임 팀장들이 자주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는 함께 일하는 팀원들에게 자신의 기대치를 말로 확인하지 않는 것이다.

일 잘하던 팀원 시절에는 자신은 팀장이 뭘 원하는지 정확히 알았다.

회사에서 업무 관련 소통 대상은 거의 대부분 팀장 한 명이었기 때문이다. 팀장 하나만 상대하면 모든 게 일사천리로 끝났다.


그래서

팀장이 아침 9시 전에 메신저로 "보고드립니다" 하고 보내면 기분 좋아진다는 것을.

A4 한 장으로 핵심만 딱 정리해 놓은 문서를 선호한다는 것을.

의사결정은 회의 직전보다 점심 직후에 설명하면 더 잘 받아들인다는 것을.

잘 알았다.


그래서 보고할 때 항상 그 타이밍, 그 포맷, 그 방식으로 움직였다.

자신이 팀장이 되면 팀원들도 당연히 그럴 줄 알았다.

그런데 팀원들을 보면 너무 답답하다.


김대리에게 보고를 받으려고 하면 "진행 중이에요.. 곧 정리해서 드릴게요.." 이렇게만 말하고 언제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말하지 않는다.

최과장은 어떤 날엔 10페이지 넘는 PPT를 들고 와서 설명하려 하고, 또 어떤 날은 회의 전 5분 전에 갑자기 구두 보고로 마무리하겠다고 한다. 포맷도 들쭉날쭉. 어떤 보고는 엑셀, 어떤 건 한글, 어떤 건 이미지 스크랩.

이주임은 중요한 이슈가 발생했는데 전혀 보고하지 않고 있다가 회의 직전에 돼서야 물어보니 "아.. 그거 보고하려고 했는데 시기를 놓쳤어요"라고 변명한다.

기대치를 말 안함2.png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그건 바로 팀장이 자신이 일하는 방식에서 기대하는 바를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냥 자신의 방식이 효율적이고 합리적이니 알아서 따라올 것이라 생각했고, 다른 사람들도 자신처럼 일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설명해줘야 한다.

"나는 A4 한 장으로 요약된 보고서를 선호하고, 결정은 점심 직후에 받는 걸 편하게 느끼며, 진행상황은 메신저로 먼저 알려주고, 문제는 혼자 오래 끌지 말고 바로 공유해줬으면 좋겠다."

이렇게 기대하는 바를 명확하게 해줘야 한다.


둘째, 상사 중심의 관점이 고객 중심으로 바뀌지 않았다

팀원 시절 워낙 팀장의 니즈에 맞춰서 일을 해왔기 때문에 팀장이 되어서도 본부장의 스타일에 맞춰서 일을 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자신 있었다.

본부장님이 좋아하시는 표현 스타일, 본부장님이 좋아할 만한 데이터 기반으로 깔끔하게 정리된 기획서를 다듬어서 제출했다.


그런데 막상 일을 진행할 때 본부장님의 질문은 전혀 달랐다.

본부장님 스타일에 맞춘 콘텐츠 제안서를 올리면

"김팀장, 이 콘텐츠를 실제로 보고 싶은 고객은 누구야?"

"용어가 다 우리 내부 용어잖아. 고객이 이 용어를 알아들을까?"


데이터 기반으로 깔끔하게 정리된 기획서를 표와 지표 중심으로 작성시켜서 결재를 받으러 가면

"이건 마케터의 머리로 만든 거요.. 고객의 마음을 흔드는 무언가는 전혀 없네?" 라면서 고객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메시지는 전혀 없다고 야단을 치셨다.

고객관점.png

팀장이 되면 이제 그 시각을 단지 바로 위 상사가 아닌 고객, 시장으로 넓혀야 한다.

자신이 하는 일은 본부장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을 설득하는 결과물을 만드는 것.

내가 하는 업무를 통해 고객의 행동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고객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이 문서가 기여하는가?

내가 하는 말의 핵심이 고객 입장에서도 가치가 있는가?

이런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셋째, 세세하게 간섭하고 과감하게 위임하지 못했다


일을 잘해서 빠른 승진을 하다 보니 실무에 대한 자부심도 크고 팀원이 일해온 것이 마음에 안 드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그들이 더 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배려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김과장이 작성한 보고서는 완벽하진 않았지만 구조도 나쁘지 않았고, 전달력도 어느 정도 있었다.

그런데 팀장이

"잘했는데.. 내가 손 좀 봤어.." 하면서 거의 처음부터 다시 작성한다.

그러면 김과장은

"애초에 왜 나한테 맡긴 건가.. 담부터는 그냥 초안 정도 주고 넘겨야겠네.."라고 생각한다.


이대리가 새로운 프로젝트에 투입되었는데

"이것은 이렇게 저것은 저렇게 해줘.. 메일 보낼 땐 내한테 먼저 검토받아.. 회의 자료는 내가 정리할게.."라고 세세하게 간섭한다.


그러면 이대리는 더 이상 스스로 판단하지 않는다.

문제 해결이 아니라 지시 이행만 남는다.

결과적으로 팀장만 바쁘고 팀원은 심심하다.

임파워먼트.png

팀장은 일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일을 잘하게 하는 사람이다.

본인이 직접 답을 내는 것이 아니라 팀원이 답을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사람이다.

팀장은 팀원들에게 판단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고, 일의 진행 과정에서 정답이 아니라 질문을 통해 팀원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

또한 실패에 대한 부정 피드백이 아니라 "다음엔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는 대화로 더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팀원을 성장시켜야 한다.


이상 세 가지로 실무자일 때 에이스였던 팀원들이 팀장이 되면 망가지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했다.

리더십은 꾸준한 연습이고 훈련이다.

리더십은 팀원을 성장시키는 고단한 과정이다.

쉽지 않고,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리더십을 배워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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