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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oozoo Jul 22. 2022

"Empathy is the answer"

포도뮤지엄 <그러나 우리가 사랑으로> 전시 후기

(2022.07)

일곱 작가의 작품으로 생각하는 #그러나우리가사랑으로


우주 OOZOO


낭만적인 제목에 비해 다루는 주제는 무겁다. 전시 설명에 있던 '디아스포라'라는 어려운 단어에 장벽이 좀 있었는데, 전시가 끝날 때쯤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로 풀어 이해할 수 있었다. 혹시 보러 간다면 차별과 소수자성을 중심으로 보면 좋을 것 같다. 스태프 유니폼 뒷면에 쓰여있던 "Empathy is the answer."와 함께.


우주 OOZOO


대부분 인상적이었지만 정연두 작가의 '사진신부' 관련 작품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시선으로부터>를 읽을 때 사진신부 관련해서 좀 찾아본 적이 있다. 하와이 이민 1세대/이주노동자는 대부분 남성이었고 현지인과 결혼할 수 없어서(금혼법), 사진, 편지로 결혼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렇게 하와이로 건너간 사진신부는 대략 천 명쯤.

작가는 사진신부의 삶을 따라 (하와이와 비슷한) 제주에서 직접 사탕수수를 길러 전시장에 옮겨두었다. 사탕수수 온실에서는 숨 막히게 달큰한 냄새가 났는데 전시를 위해 특별히 만든 향이라고 했다. 단맛을 만들었던 사람들은 실제로는 얼마나 달게 살았을까.


우주 OOZOO


하와이로 건너갈 수밖에 없었던 사연도, 그 삶에서 어떻게든 안정을 찾아보려는 노력도 눈물겹다. 분명 쉽지 않은 삶이었을 텐데, 하필이면 '설탕'을 중심으로 한 삶이라니. 전시장 한쪽에 다소곳하게 앉아있는 인물 세 명은 정연두 작가가 설탕 공예를 직접 배워 만든 작품이라고 한다. 사진신부의 삶을 바깥에서 관찰하는 대신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어떻게든 이해해보려는 마음이 느껴져 여운이 길었다.


우주 OOZOO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서로의 다른 점을 더 많이 찾고 있는 건 아닐까. 똑같은 '사람'이지만 다른 점을 찾고 가르고 굳이 구분하며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모두가 우주 먼지인데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람.

그러나 우리가 서로의 다른 점을 먼저 찾는 것이 본능이라면, 서로를 이해해보려는 노력도 본능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에게는 sympathy와 empathy를 구분할 능력이 있는 것 같고. 서로 미워하고 편 가르며 사는 한편, 그럼에도 우리가 사랑으로 나아가야 한다면. 무엇이 답일까.



포도뮤지엄 @podo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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