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무용단 <힙합 HIP合> 후기
(2022.07)
올해도 다녀온 <힙합 HIP合>
좋아하는 안무가 두 분의 작품이 있어서 얼리버드 티켓팅날 고민 없이 예매. 세 작품 모두 탁월했고 영감 많이 받았다. 앞쪽 자리라 무용수들 숨소리도 들려서 더 좋았다.
<메커니즘>은 시스템처럼 굴러가는 군무가 인상적. 정적인데 에너지가 있어 신기했다. 몸 쓰는 방식에 감탄 감탄. 마지막쯤 연속 점프 구간에서는 거의 접신한 듯 무아지경에 빠진 것 같았는데 갑자기 오쇼 명상이 생각났다.
압도적인 카타르시스가 있었던 <파도>는 음악과 동작과 미디어 아트가 딱딱 맞아떨어질 때마다 짜릿했다. 초반부 힘껏 던진 공이 하늘하늘한 천에 탁! 닿는 순간 쾅! 콰광 쾅! 하는 음향과 영상이 맞물려 움직였고 그때 몸 전체에 희열이 촤라락 착! 착! 해서 즐거웠다.
사람들이 모였을 때 볼 수 있는 여러 장면, 카혼이나 파도 소리가 나는 악기를 더한 것도 너무너무 좋았다. 파도 소리로 슬슬 마무리될 때 안전하고 편안했다. 마음에 있던 뭔가가 좀 나아진 느낌.
<비보호>는 다 좋았는데 특히 충돌로 인한 변화와 충돌에서 오는 긴장이 돋보였다. 무용수들이 서로 부딪혀서 속도가 줄어들거나, 방향이 바뀌었다. 누가 누구랑 어떻게 어디에서 부딪히고 그다음 저 몸은 어떻게 굴러갈까. 저러다 넘어지지는 않을까. 계속 궁금해졌다.
스케이트 보더와 협업한 것도 특이했다. 스케이트 보드랑 전동 킥보드가 그렇게 멋진 도구일 줄 몰랐다고요� 아슬아슬하고 조마조마한데 다음 움직임이 기대되어서 꼼짝없이 정신이 붙들려있는 느낌.
교통사고를 연상케 하는 마지막 장면이 가장 인상적. '보호받지 못한' 몸이 길에서 이리저리 떠돌다 무언가에 실려 비로소 자유를 향해 가는 모습은, 후련하다기보다는 순리에 수용하는, 어쩌면 무기력에 가까운 모습이기도 했다.
마지막 작품 시작 때 음향 사고가 있어 공연이 조금 지연되었는데, 스텝들이 얼마나 멘붕이었을지 짐작되어 짠했다. 안내방송이 나올 때, 다시 시작할 때 투덜거리는 사람 하나 없이 다들 격려의 박수를 몇 번이고 보내주었다. 예전에 다른 공연에서 음향 사고 났을 때와 비교되었고 솔직히 많이 놀랐다. 관객이 공연을 같이 만들고 있는 것 같았고 순식간에 기획자에 빙의되어 속으로 눈물 철철 흘림. 사람들 멋져. 내년 힙합은 또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