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코스모40 후기
[20221002]
유진님 노크 덕분에 다녀온 #코스모40
인천은 심리적 거리가 먼 동네라, 1호선 급행 타면 강남 가는 시간이랑 똑같은데도 엄청나게 먼 곳으로 인식된다. 2019년 공공그라운드 강연에 코스모40 대표님을 모시기도 했었는데, 몇 년이 지나서야 드디어 발 디뎌봤다.
그간 일하며 봐왔던 오래된 건물의 리모델링 사례는 의외로 단순하다: 껍데기만 남기고 알맹이는 싹 갈아 끼우거나, 껍데기와 알맹이와 새로운 것을 섞어놓거나, 껍데기와 알맹이를 최대한 보존하면서 새로운 것을 살짝만 덧대거나.
코스모40은 코스모화학단지에서 살아남은 40동 건물을 리모델링했다. 껍데기와 알맹이 일부가 기획에 맞게 살아남았고, 아주 살짝 ‘신관’이 섞여있었다. 오픈 당시에는 그 동네의 거의 유일한 문화공간이었는데 요즘은 코스모40을 중심으로 일종의 문화 클러스터가 만들어진 것 같다. 마켓과 강연을 둘러보느라 이웃 공간들은 가보지 못했지만, 아직 기회의 땅(?)이라는 인상이 들었다.
팬데믹을 기점으로 고민이 많았을 것 같은 공간. 껍데기와 알맹이와 새로운 무언가는 무척 잘 어울렸고, 원래 담겨있던 이야기 조각들이 곳곳에서 발견되어 새삼스럽게 반가움이 느껴졌다. 빈브라더스가 만든 공간이니 F&B도 훌륭했고.
마켓 때문에 일시적으로 비워두었는지 모르겠지만 노는 공간이 많아 보였는데, 천 평 넘는 건물이라 F&B 이외 다른 콘텐츠에 대한 고민이 많을 것 같다. 당장 수익이 시급하지 않다면 유연하게 굴려도 괜찮을 테고. 지금은 어떤 콘텐츠 기획자가 이 공간을 채우고 있을지 궁금하고, 나라면 어떻게 채울지 조금 상상해보았다.
오래된 공간을 살리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옛것과 새로운 것의 조화는 자칫 조잡해질 수 있어 쉽지 않고, 건물을 쓰는 내내 자잘한 수리와 보수공사에 시달리느니 철거하고 새 건물을 올리는 것이 백번 나은 선택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역사, 어떤 기억들이 계속 이어지게 하는 일은 분명 가치 있다. 지역과 사람들의 이야기가 영영 없어지지 않게 붙잡아주는 닻이 되어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