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그림자책

흔들리며 단단해질 것이다

그림자책 #3

by 우주 oozoo


ⓒ 우주 OOZOO


좋은 마음만 가지고 단단하게 살고 싶었다. 이제는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마음은 눈을 깜빡이는 것만큼이나 쉽게 바뀌고, 언제나 좋은 마음만 담고 있을 수 없으며, 자주 흔들리며 사는 게 진짜로 단단한 삶이기 때문이다.


아주 오랫동안 부정적인 감정이 생기거나 나를 압도할 만큼 크게 느껴질 때, 그 감정을 부정하면서 스스로를 '고장 난 나'로 여겼다. 고장이 나면 문제고, 문제는 얼른 해결해야 하니까, 남들에게는 안 하는 말을 나에게 퍼부었다. 빨리 일어나. 얼른 없애버려. 불안한 건 고장 난 거니까 고쳐.


그러나 '고장 난 나'는 기쁘고 즐거웠다. 고장이 난 상태에서도 여전히 행복했다. 나서서 고치지 않았는데도 저절로 나아지는 마음도 있었다. 흔들거려도 괜찮다는 것이, 감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 천천히 스며들었다. '고장 났으니 얼른 고치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욱여넣는 나의 무자비함에 눈을 떴다. 연기처럼 어렴풋하던 무언가가 손에 잡힐 만큼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보였다.


이제는 그 모든 마음이 내 것이라고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예상보다 긴 시간, 나를 가라앉게 했던 집착에서도 벗어나려고 한다. '고장 난 나'가 감지될 때에도, '얼른 고쳐'가 아니라 '고장 났구나', '쉬어야겠구나'를 먼저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고장 난 나'라는 말을 바로 버릴 수는 없겠지만, 나를 좀 놔둘 수 있게 된 것 같다. 신이 나서 들썩거리는 날도, 시니컬에 휘감기는 날에도 나는 여전히 나일 것이다. 흔들리며 단단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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