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책 #2
많은 사람이 드나드는 공간인데 사람들은 모르고 나만 아는 즐거움이 있을 때 재밌다.
반대로 내가 못보던 것을 다른 이가 일러줄 때에도 눈 앞에 불이 탁 켜지는 듯 새롭게 깨치는 기분이 든다.
지는 해가 길게 들면 붉은 벽돌에 주홍빛 그림자가 진다.
적막하고도 어수선한 건물을 오르내리며 가장 위로받는 순간이다.
날이 맑고 찰 때 다섯시 사십분 정도부터 여섯시 십분까지만 만날 수 있다. 계절에 따라 빛의 느낌도, 따뜻함도, 빛이 드는 자리도 다르다. 겨울에서 봄 사이, 이 계절에만 아주 따뜻한 난로 같은 빛이 든다.
여차 하면 놓쳐버리는 귀한 순간.
자꾸 눈길을 주고, 애정을 담아 보고 또 보다 보니
무심코 지나치는 계단에서도 귀한 아름다움을 찾는다.
그림자를 사랑한 덕분에 별 재미를 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