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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서 Apr 18. 2019

페루 친구들과의 저녁 식사.

2018년 12월 16일 <Day 2>


투어의 꽃(?), 선물샵에서. 6:45 PM


체력이 급격히 떨어짐을 느낄 즈음 알파카털실로 만든 옷과 모자 등을 파는 가게를 마지막으로 투어가 끝났다. 사고 싶은 물건은 많았지만 그날 그날 써야할 돈을 계획해 뒀었기에 꾹 참고 가게 밖에 나와 투어차에 올라 다른 사람들을 기다렸다. 한 20분정도 시간이 흘렀을 까, 모든 승객이 차에 올랐는데 한참 출발을 안해서 왜 그런가 봤더니 가게 앞에 서 있던 젊은 여자가 커다란 배낭을 매고 낑낑거리며 투어차에 오른 것이 아닌가. 투어의 마지막으로 아래 사진과 같이 독특한 병에 든 페루 전통술을 판매하기 위해서였다. 마지막 한 시간 반을 물건을 판매하는 목적의 투어였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곤 왜 인지 너무 비싼 금액을 주고 투어를 신청한 느낌도 들었다.  

그녀는 모든 승객들에게 독주를 시음할 수있도록 아주 작은 플라스틱 잔에 조금 따라 건네주었다.

 '내가 술을 언제 마셨더라...?'

마지막으로 한 음주가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데 이 독한 술을 마시면 금방 얼굴이 벌겋게 올라오겠지, 싶어서 마시고싶지 않으면서도 또 이번이 아니면 언제 이런 술을 마셔보겠나 싶어서 갈등하기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면서 시음잔에 있는 술을 입 안으로 단숨에 털어넣었다. 오묘한 맛과 향이 났는데 마치, 한국에서 감기 걸릴 때 마시는, 약국에서 파는 오묘한 맛이 나는 물약 혹은 소화가 잘 되지 않을 때 마시는 부채표 활명수,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맛이 나서 괜한 향수를 불러오는 술이었다. 이미 술을 다 마셔버린 내가 혀를 굴리며 입맛을 쩝쩝 다시고 있을 때  갑자기 앞에서 큰 소리로 건배사를 외치는 것이다.

아뿔싸.

그제야 주위를 둘러보니 나 외에 아무도 술잔을 비우지 않은 것을 알아차렸다. 이런 급한 양반같으니.

독주를 따라준 여자의 건배사를 듣고 모든 사람들은 “술잔을 위로, 아래로, 중앙으로, 안으로! (Parriba parbajo parcentro para dentro!)”를 외치고 함께 술을 넘겼다. 물론 나는 잔에 아주 조금 남은 마지막 술방울을 털어냈다. 그렇게 종일 투어는 술과 마무리되었다.


모든 승객들은 광장에서 몇 블럭 떨어진 곳에 내렸다. 차에서 함께 내린 가족 여행객들은 나와 같은 방향으로 내려가면서 내게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어느 나라에서 왔니, 어디서 일하니, 등등. 당연히 언어 이야기도 나왔다. 항상 이야기하지만 나는 항상 아직 부족하다고하나, 원어민들은 고맙게도 잘한다고 말을 해준다.

 “그래도 다 알아 듣잖아? (옆에 있던 딸에게) 너 한국어로 광장이 뭔지 아니?”
 “아휴 아빠도 모르는걸 나한테 물어보면 어떻게 해, 정말!”

이 가족은 코스타리카에서 온 여행객들이었는데 투어 내내 걷는 것을 많이 힘들어 했었기에 내가 그들에게 여러번 괜찮냐는 물음을 했던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Puca Pucara에 갔을 땐 노을이 지는 시간, 햇살이 산 기슭에 물들어 있었던 때에 내가 그들의 가족사진을 예쁘게 찍어주고 그들 또한 내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 이야기를 많이 나누지 못해 아쉽긴했지만 광장으로 걸어 내려갈 때라도 같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질 수있어서 기뻤다. 여행에서 만난 새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Plaza Armas의 밤.


다시, 광장에서. 7:00PM


 일곱시 즈음 광장에 도착했다.

유심칩을 구입하지 못해서 인터넷도 전화도 되지 않아 낮에 만났던 페루 친구들에게 연락을 할 방법이 없어서 스타벅스에 앉아 몸을 녹이며 그들 중 한 명인 리아(Lia)에게 인스타그램 다이렉트메세지를 보냈다.

 ‘오늘 유심을 구입하지 못해서 스타벅스에서 연락하고 있어. 보면 연락 줘.’라는 내용이었다.


스타벅스 Plaza Armas점에서 내려다본 광장.


그리고 30분쯤 지났을 까. 삭사이와만에서 만난 친구들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아서 '그럼 그렇지, 어떻게 처음 보는 사람에게, 아무리 한국인을 좋아한다고한들, 그런 이유로 뭔가를 사주려고 하나...' 싶었는데 한 편으로는 괜한 안도감이 들기도 했더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7시 50분 즈음 광장으로 나가 앉아 있었다. 쿠스코의 밤 공기는 꽤나 쌀쌀했다. 대성당 앞 계단에 앉아 광장 안을 바라보고 있은지 한 10분 즈음 지났을까. 벌벌 떨며 앉아있던 나를 향해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불렀다. 그 친구들 중 한명인 아니타(Anita)였다.

 “난 너가 안 오는 줄 알았어! 번호도 다르다고하고, 연락도 안돼서!”

괜히 미안해지는 것이다. 내 번호를 줬지만, 사실 고의가 아니라, 볼리비아 국번인 591과 한국 국번(+82)을 헷갈려 52로 가르쳐준 것 때문에 이 친구들이 내게 전화도 못했고 (물론 타국에 있으니 안되는건 당연했지만) Whatsapp(와츠앱)으로도 연락이 안되었으니 걱정을 했다고 했다.

“다른 친구들은 분수앞에 있어.”

나는 그녀와 함께 광장 안 쪽으로 들어갔다.


 분수대 앞에는 낮에 만났던 친구들과 더불어 처음보는 백인 남녀가 그들 무리에 끼여있었다.

 “여기는 미국에서 온 친구들이야! 인사해!”

언제 친구들을 또 사귀었는지 그 두 명의 미국인들이 뒤에 서서 내게 인사를 했다. 그들은 어머니와 아들이었는데 처음엔 부부사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어머니가 정말 젊어보였다.

 “자, 이제 어디로 갈까?”

페루 음식을 먹고 싶다는 두 미국인과 페루식 중국음식(Chifa)을 먹고싶다는 네명의 페루인 사이에 끼여 나는 20분 동안이아 '허허,' 그저 웃고만 있었다.

광장에서 조금 걸어나가면 각종 음식점과 브랜드 상점이 있는 길이 나오는데 그 곳으로 걸어가면서도 어떤 음식을 먹을 것인가에 대한 토론은 계속되었다. 그러다가 결국 모두를 충족시킬 수있는, 페루 음식과 Chifa음식을 파는 음식점에 들어갔다.

나는 pollo a la plancha를 주문했는데 닭고기를 얆게 만들어 팬에 구운 음식이었다. 어디서나 맛 볼 수있는 무난한 맛이었다. 어딜가던 닭고기는 중간 이상은 간다. 더하여 페루 전통 음료도 주문을 하였다.  

음식을 먹으면서 사진도 찍고 이야기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페루 친구들 중 아니타는 그녀의 12살 딸과 함께 여행을 하고 있었고 리아는 그녀의 엄마와 함께 여행 중이라고 했다. 처음에 나는 그들 4명이 한 가족인 줄알았다. 그정도로 서로를 너무 편하게 대하는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한 가족이 아니라는 사실을 안 것은  모두와 헤어진 후 리아네 가족과 함께 택시를 타고 숙소로 오는 길이었다.

그 곳에 함께 하고 있던 미국인 모자는 그레이스와 벤이었는데 콜롬비아와 에콰도르를 여행한 후 페루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그레이스 아주머니는 아르헨티나식 스페인어를 썼는데 과거에 아르헨티나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어서 스페인어를 할 수있다는 말씀을 하셨다. 반면에 그의 아들은 실생활에 유용한 몇 가지 문장만 구사하는 정도였다.

 "얘는 우리가 무슨 말 하는지 못 알아들어."

그러면서 웃는 그녀의 개구진 얼굴이 아직도 기억이 나서 자꾸만 웃음이 난다. 사실 그들과는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해 아쉬울 뿐이었다.

처음엔 페루 친구들이 음식을 사주기로 했지만 왜인지 식사를 끝낸 후에 미국인 벤이 카드로 식사 결제를 했고 페루 사람들은 그들에게 케이크를 사주었다. 밤 10시 반이 되어서야 저녁모임이 끝났다.


 내가 볼리비아에 살면서 만났던 외국인 친구들은 대부분 NGO에서 근무를 하는 친구들이거나 혹은 UN기관에서 근무하는 친구들이었다. 혹은 UN 봉사단원으로 활동을하기 위해서 유럽에서 온10대 청소년들이거나. NGO나 UN기관에서 근무하는 친구들의 경우 그들의 근무지가 볼리비아가 처음이 아닌 친구들이 많았다. 볼리비아가 첫 해외살이이자 근무지인 나의 경우엔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또 다른 세상을 경험할 수있어 좋았다. 그리고 이 곳, 페루에서도 마찬가지다.

 ’여행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로 다양한 문화와 인생을 배우는 것.’

여행을 하면서 돈을 쓰며 나의 만족을 채우고 욕망을 추구할 수도있겠지만 나처럼 가난한 여행자가 ‘여행이란 무엇인가’를 한 문장으로 적는다면 위와 같을 것이다. 인생 또한 이렇게 말할 수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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