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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브로 Mar 08. 2024

순간이 아닌 감정을 담고 있다

2024.03.07.

@Sibro, 2024.

찰나의 예술.

흑역사 또는 영광의 순간.

버튼 하나로 저장하는 인생의 세이브 파일.

남자친구의 등급을 올려주는 특급 기술.

바로 사진입니다.


이 사진이 찍히는 건 한 순간입니다.

빠르면 1/4,000초 만에 온 세상이 카메라 속에 담깁니다.

눈 깜빡할 사이, 아니 그보다 더 짧은 시간에

하늘이고 땅이고, 심지어 날아가던 새 마저 프레임에 박제됩니다.

그것도 한 번 틱- 누르는 버튼으로요.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분명 사진을 담는 시간은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그 속에 담겨있는 감정은 오래도록 되살아납니다.


웨딩사진을 볼 때마다

'그때 그랬지, 긴장되던 순간이 춤 한 번으로 풀리더라니까~'

훈련소 수료식 사진을 보면서

'저 땐 진짜 군생활이 끝났다고 생각했지, 막상 닥쳐올 자대는 안중에도 없었어'

우연히 발견한 전 여자친구 사진은 물론 빛보다 빠르게 삭제합시다.

소중한 사람에게 감정의 동요를 일으킬 순 없으니까요.


이제 PHOTOGRAPH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봅시다.

PHOTO-는 빛이라는 의미를 가진 접두어입니다.

맞아요. 우리는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을 저장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왜 감정이 되살아나는 걸까요?


설마,

아무래도 빛이 들어오다 보니

그 순간의 '조명.., 온도..., 습도...'가 함께 담기는 건가 싶기도 하네요.


사진은 순간이 아닌 감정을 담고 있습니다.

그것도 꽤나 오래도록 추억하게 되는 감정을요.

이유는 완벽하게 이해하진 못했지만,

그걸 꼭 알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인생이 팍팍하다 느껴질 때,

그 사진을 꺼내보며 다시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과

나에게도 오래도록 간직하고픈 순간이 하나쯤은 있다는 것이겠죠.



P.S.

이 사진은 제주의 '보통의오늘,기록제작소'에서 촬영했습니다.

사장님이 꽤나 친절하셔서 필름을 2통이나 사버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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