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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브로 Mar 29. 2024

저무는 하루, 여무는 마음

2024.03.28.

@Sibro, 2023, Okinawa.

야근 택시 타보셨나요?

저는 12시를 넘겨 택시를 타고 퇴근할 때면 잠이 오지 않더라고요.

오히려 차가운 밤공기에 정신이 맑아지는 듯합니다.

그냥 이제 집에 가는구나...

그러다 보면 멀어지는 강남의 불빛과 강 너머의 야경이 하염없이 미워집니다.

눈치는 어디다 갖다 버린 낭만이 '고생했다'며 위로해 주는데

정말 쓸데없이 감성적으로 변하게 된다니까요.


사실 그 낭만을 있는 그대로 느끼면 되는 일인데,

그렇게 되지 않습니다.

'하... 멋있네...'싶으면서도 오늘 끝내지 못한 아이디어와 내일 있을 아이데이션 미팅이 생각나니까요.


지금 퇴근하면, 내일 출근하고.

몸은 하루가 끝났다는 걸 알고 있지만 머리는 일이 끝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마음은 결국 오늘 하루도 마무리해 냈다는 안도감에 속고 말죠.


복잡 미묘한 마음을 태우고서 집으로 달려가는 택시.

그렇게 저물어가는 하루를 지켜보다 보면 마음은 저절로 여물어집니다.

처음엔 이 일을 버틸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던 신입사원의 시절도 생각나고

이젠 그런 일도 아무렇지 않게 견디는 모습에 비릿한 슬픔이 느껴지기도 하고.

오늘은 뭘 더 배웠지라는 마음으로 힘을 얻기도 하니까요.


중요한 건 오늘 하루를 잘 이겨냈다는 것 아닐까요.

내일은 내일의 힘으로 잘 이겨내면 되는 것이고.

하루하루 꺾어 나가는 겁니다.


그렇게 오늘의 저는 10,727개의 하루들을 이겨냈습니다.

내일의 하루도 꺾어나가겠죠.

뭐 가끔은 제가 꺾이기도 하겠지만 굴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까 하루가 저무는 만큼 마음을 강하게 먹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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