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7.
인연을 믿으세요?
한 부부가 만나는 인연에는 억겁의 시간이 필요하답니다.
심지어 1겁은 100년에 한 번씩 내려오는 선녀의 치맛자락에 바위가 닳아 사라지는 데 걸리는 시간이죠.
생각만 해도 아득해집니다.
특히 요즘 같이 선녀 같은 전래동화는 믿지 않는 시대라면 선녀가 몰래 다녀가는데 시간이 더 걸리겠죠.
갑자기 젊은 사람들이 부부가 되지 못하는 게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이런 말도 많더라구요.
당근 하러 나갔을 뿐인데, 여행에서 한 마디 나눴을 뿐인데,
심지어 드라마의 클리셰처럼 물건을 주워줬을 뿐인데 결혼까지 이어졌다는 사람들.
시작은 단지 우연일 뿐이었다는데 믿기기나 하나요.
이것 참. 억겁의 시간이라는 게 이리도 쉽게 지나갈 수 있다니.
세상에 저만 모르는 타임머신이라도 있는 걸까요?
다들 아시겠지만 우연도 인연의 일종입니다.
저런 우연을 주장하는 우연주의자들도 이미 인연으로 연결되어 있었다는 겁니다.
어차피 연결될 사람들이었다는데 우리가 어찌할 방도가 있을까요?
이렇게 정신승리를 해봅시다.
어렵다구요? 그럼 한 가지 방법이 더 있습니다.
세상에 나만 모르는 스위치가 있다는 상상을 해봅시다.
그 스위치를 누르면 억겁의 시간을 다른 차원에 갇혀 지내야만 합니다.
물론 다시 돌아올 땐 모든 기억을 잃고 사랑이라는 보상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만 아쉽게도 아직 우리에게만 그 찬스가 찾아오지 않았다는 거 아니겠어요?
그러니까 세상에 결혼한 저 사람들은 이미 억겁의 세월을 다녀온 사람들이고
이미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렀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우리는 아직 기회가 오지 않았을 뿐.
나중에 언젠가 그런 기회가 찾아오면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된다고 정신승리를 하는 방법이죠.
아 물론 싫으시면 누르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때요, 선택권은 우리에게 있다는 말입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하신다면 맞습니다.
그런데 어떡하겠어요. 그렇게라도 정신 승리 해야죠.
아직 자신에게 찾아오지 않은 우연찮게 찾아올 인연을 기다리는 분이 계신다면
오늘부터 스위치 누르는 연습부터 해봅시다.
우연은 인연의 껍데기일 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