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29.
긴 여행을 다녀온 소감은 만족보다 아쉬움.
이제 다시 볼 기회가 있을까 싶은 아쉬움인지,
다시 출근길 지하철에 몸을 실어야 한다는 아쉬움인지.
그럴 때면 사진첩을 열고 곱씹어봅니다.
처음 만난 여행지의 분위기, 스쳐지나간 많은 낯선 이들.
빈틈없이 모조리 담아낸 여행지의 풍경, 이국의 맛까지.
한 번 열어봤을 뿐인데, 판도라의 상자인 것처럼
그때의 추억들은 이미 일상 속으로 쳐들어와 마음을 흥건히 적십니다.
이미 다 젖어버린 마음은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
속수무책으로 그리워하는 수밖에.
사실 이렇게 위험한 일상의 틈은 도처에 널려있습니다.
여행지에서 입은 바지에도 그 추억이 묻어있을 정도이니,
무시한다는 건 불가능한 말이죠.
저는 그래서 그 일상의 틈을 힘껏 벌려놓습니다.
이왕 추억에 빠진다면, 제대로.
눈을 감고 그때의 햇살까지 상상해 봅니다.
그렇게 마음속 그리움을 다 소진해버리고 나면
시원해진 마음으로 다시 일상을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
일상의 틈에 푹 젖어보기.
분명 거친 일상을 거침없이 헤쳐나갈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