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8.05.
올해 크로아티아 여행을 가는 길에 면세점에서 향수를 하나 샀습니다.
여름을 담은 푸른 빛깔의 톰포드 네롤리 포르토피노 EDP.
사실 몇 년간 여름용 향수를 찾아다녔지만 마음에 딱 드는 향은 없었습니다.
난다 긴다 하는 브랜드의 향들을 맡아봤지만, 끝내 발걸음을 돌리기 일쑤였죠.
물론 그 향수들도 여름의 향이긴 하지만,
뭔가 인조적이고, 나의 여름은 아닌 듯한 느낌.
결국 어떤 향도 제가 생각했던 여름의 쿨워터향으로 다가오진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나 까다로운 제가 네롤리 포르토피노 EDP를 선택했던 건
향이 더 좋거나, 향수병이 더 이쁘거나 하는 데에 있지 않았습니다.
단지 남들보다 조금 일찍, 여름을 만나러 간다는 설렘이
감각을 마비시킬 정도로 좋았다는 것이 이유라면 이유겠죠.
한 번도 가지 못했던 유럽 여행을 간다는 데
탑노트가 어쩌고 병이 저쩌고 가 중요했겠습니까.
여행의 모든 것을 남기겠다는 필사적인 마음으로
이번 여름 여행을 기억할 향을 만들고 싶었을 뿐이죠.
그런 마음을 가지고 나니, 거짓말 같은 일이 생겼습니다.
몇 번씩이나 시향했지만 발걸음을 돌렸던 네롤리 포르토피노 EDP의 향이 좋아졌습니다.
분명 너무 달게 느껴졌던 향이었는데, 여행을 가기 전부터 제가 생각했던 여름처럼 기대되더니
여행지에선 하루 3번은 더 뿌리고 다닐 정도였습니까 말 다했죠.
마음이 하는 일이라 그런지 신기한 경험입니다.
그렇까진 마음에 들지 않았던 향이었는데,
이번 여름 여행을 기억할 향으로 정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한도 끝도 없이 좋아졌으니 말입니다.
한국에 돌아온 지금, 이 향을 뿌릴 때마다 크로아티아의 풍경이 떠오릅니다.
눈을 돌리는 곳마다 푸르름이 자리 잡았던 여행지들.
청량함이 여행의 장르가 되어버리는 독특한 여름의 바이브.
이번 여름의 설렘은 향기를 남겼습니다.
이제 이 향을 맡을 때면, 여지없이 설레겠군요.
참 감사한 일입니다.
이번엔 배경화면을 공유해볼까 합니다.
사진이 마음에 드셨다면, 얼마든지 다운받으셔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