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미녀와 야수, 2위 콩:스컬 아일랜드, 3위 로건
2017년 3월 현재 국내 박스오피스 순위입니다. 이 작품들 전부 왠지 익숙하지 않으신가요. 미녀와 야수는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을 실사 영화로 옮긴 작품이고, 콩:스컬 아일랜드는 영화 ‘킹콩’의 프리퀄(전작보다 과거시점을 다루는 후속작), 로건은 마블의 ‘엑스맨’ 시리즈 인기 캐릭터인 울버린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입니다.
항상 봐온 캐릭터와 이야기들. 그만큼 식상하기도 하고 이젠 더 이상 새롭지 않을 법도 하죠. 하지만 또 이렇게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게 신기하지 않으신가요. 게다가 개봉 전부터 화제의 중심에 서는 걸 보면 더욱 그렇죠. 관객들도 어린이들이 아닌 어른들이 대다수를 차지합니다. 미녀와 야수, 킹콩…어릴 때부터 지겹도록 듣고 본 작품들인데 왜 어른이 돼서도 재밌고 흥미진진하게 느끼는 걸까요.
반복적이지만 지속적으로 대중들의 마음을 이끄는 막강한 힘. ‘스토리’가 만들어내는 기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나의 잘 짜인 스토리만 있다면 무한히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스토리노믹스’란 용어도 생겼죠. 스토리노믹스의 범위는 매우 넓은데요. 영화, 캐릭터, 게임, 관광 상품 등 다양합니다.
스토리노믹스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르는 무엇보다 히어로물입니다.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 엑스맨, 아이언맨 등 수많은 히어로들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대중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 이유 중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미국 할리우드 시나리오 작가들의 스승으로 잘 알려진 로버트 맥기 서던캘리포니아대(USC) 교수의 말을 살펴볼까요.
이야기는 욕망이 주도한다.
한 인물이 자신의 삶에 균형을 찾기 위해
무엇을 필요로 하고 갈망하는지를 이야기로 풀어낸다.
이야기가 대중들의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는 소재를 토대로 캐릭터, 갈등, 결말을 더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을 얘기하는데요. 이를 히어로물에 대입해 볼까요. 영웅이란 존재는 우리가 평소 갖지 못했던 힘과 정의감을 갖추고 있고, 그에겐 이를 발산할 수 있는 기회, 맞서 싸울 적까지 모두 주어집니다. 대중들이 미처 인지하지 못했지만 늘 채우고 싶었던 욕망을 끊임없이 자극하며, 이를 만족시켜 주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죠.
영웅 스토리의 원형이 신화라는 점도 이와 연결되는데요. 오디세우스 등 신화 속 영웅들은 모험을 통해 스스로 고난을 극복하고. 초자연적인 힘을 얻습니다. 이에 대해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은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일정한 서사구조 속 영웅들의 모습엔
어려움을 이겨내고 고귀한 존재가 되길 바라는
인간들의 집단 무의식이 담겨 있다.
오래전 신화를 만들어냈듯, 우리는 히어로물을 통해 결핍과 욕망을 해소하고 있는 것 아닐까요.
물론 매번 똑같기만 한다면 아무리 영웅이라고 하더라도 외면당하고 말겠죠, 그러나 무한한 ‘확장’을 통해 스토리노믹스는 본격적으로 발전합니다. 2012년 마블이 선보인 ‘어벤져스’가 시작이었는데요. 각각의 영화 속에 존재하던 아이언맨, 헐크 등의 캐릭터를 결합, 막강한 ‘드림팀’을 만들어냈습니다. 영웅들의 갈등과 협력을 통해 색다른 이야기를 재창조한 것이죠. 마블과 스토리노믹스의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는 DC도 ‘배트맨 대 슈퍼맨’ 시리즈 등으로 팽팽히 맞서고 있는데요. 마블과 DC를 중심으로 한 스토리노믹스의 확장은 앞으로 더욱 빠르고 다양하게 이뤄질 전망입니다.
마블의 사장 겸 제작자인 케빈 파이기는 이 같은 스토리노믹스의 성공 비결을 약자 ‘STORY’로 표현합니다.
콘텐츠를 섞고(Scramble), 알맞게 변형하라(Transform).
유명 배우에 집착하기보다 캐릭터에 집중하고 (Override),
현실에 있을법한 결점 있는 캐릭터를 만들며(Reality),
제작자 자신의 경험을 믿어라(Yourself).
이런 공식에 따라 외국에선 수많은 프리퀄, 스핀 오프(본편이나 원작에서 파생되어 나온 작품), 크로스오버(장르가 뒤섞인 작품) 등이 나오고 있죠. 그러나 안타깝게도 국내 작품들은 아직 갈길이 먼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 작품들이 나올 때마다 쉽게 자리를 빼앗기곤 하죠. 우리도 얼른 스토리노믹스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 회에선 '2. ‘못난이 아기’를 키우는 법'란 부제로 해당 글을 이어갑니다. 많은 기대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