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색화가 태동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입니다. 경제 성장이 시작될 무렵이라 역동성과 희망이 싹트고 있었던 시기죠. 한편 각종 탄압도 존재했기 때문에 반발과 저항의 정신도 동시에 꿈틀대고 있었는데요. 단색화는 이 모두를 품고 나타난 추상미술입니다.
그런데 40여년이 훨씬 지난 2014년 말 돌연 열풍이 불기 시작한 건 왜일까요. 물론 오랜 시간 일부 화랑들이 단색화를 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온 덕분이기도 합니다. 그들의 노력은 단색화가 마침내 빛을 발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그러나 여기에 불을 지핀 것은 무엇보다 시대, 그리고 시장이었습니다.
2014년말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주요 현상 중 하나는 경기침체입니다.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면서 경쟁은 더 치열해졌고 사람들의 마음은 쉴 곳을 잃었습니다. 이는 문화 예술 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쳤는데요. 현실을 정면으로 빗댄 것보다는 마음을 비우고 정제할 수 있는 작품을 찾는 이들이 늘어났습니다.
시장은 이를 빠르게 포착했습니다. 국내 미술 시장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렇다 할 이슈도 없이 활력을 잃었습니다. 활성화를 위한 작품들을 찾던 경매업체 등 주요 관계자들의 눈에 마침 이런 단색화에 대한 잠재수요가 들어왔죠. 이들은 2014년 말 경매 시장에 단색화를 전면적으로 들고 나왔고, 이로 인해 하나의 열풍이 만들어졌습니다. 이때부터 한국 미술에 대한 국내외 애호가들의 관심이 높아졌고, 시장도 되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단색화 열풍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는 전문가들도 많습니다. ‘시장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잘 기획된 열풍’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그림에 대한 진지한 감상과 고찰 없이 미술을 그저 투자 수단으로 전락시켰다는 지적도 함께인데요. 이는 결국 반짝효과로만 그치고 미술 시장을 장기적으로 발전시키진 못할 것이란 우려입니다.
실제로 현재 국내 미술계에선 단색화 쏠림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일부 단색화 거장들의 작품에만 관심이 집중되고 있고 다른 작품들은 양극화로 인해 소외를 겪고 있죠.
단색화에 대한 반발로 1980년대 발전한 민중미술에 대한 관심도 이전보다 더 줄었는데요. 민중미술 작가들은 단색화가 1970년대 당시 현실을 회피하며 침묵하는 그림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반면 단색화 작가들은 반복적 행위를 통해 하나의 저항을 한 것이었다고 주장하는데요. 한국 미술의 근현대사는 이 커다란 두 줄기가 서로를 견제하고 또 이끌면서 발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4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단색화 열풍 속에서 민중미술로 대표되는 리얼리즘은 급격히 소외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 활동을 시작한 젊은 화가들도 단색화 거장들에 밀려 더욱 기회를 잃고 있다는 목소리도 들립니다.
거센 열풍, 시장의 갑작스런 성장 뒤엔 그림자도 그만큼 큰 것 같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단색화 자체의 가치를 깎아내려서는 안되겠죠. 이제 막 세계로 뻗어나간 단색화의 확산은 계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국내 미술계의 10년, 100년을 바라보며 ‘공존’의 길을 함께 모색하는게 어떨까요. 우리에겐 단색화란 우리만의 명작이, 그리고 이보다 더 많은 또다른 명작들이 존재하니까요. 언젠가 이 모든 작품들이 세계의 중심에 서길 꿈꿔 봅니다.
STEP 1. 꼭 기억해요!
*김환기 이우환 박서보 정성화
STEP 2. 더 알면 좋아요!
*서양의 미니멀리즘: 단색화와 비슷한 듯 다른.
*1980년대 민중미술: 1970년대 단색화와 견제하며 또 이끌며 한국 미술 근현대사를 이끈 쌍두마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