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이 좋았다.
는 말이 그렇게 듣기가 싫었다. 진짜 운이라는 게 있다면 왜 그 많은 사람들에게는 한 번씩 아니 그 이상도 찾아가면서 나에게는 한 번을 찾아오지 않는 걸까. 참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이 관여하지 않는 내 인생은 대부분 앞이 빤했다. 좋은 쪽으로 흘러갈 거라는 기대가 무산되는 날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매일 열심히 살았던 것은, 언젠가 하늘도 나의 성실함에 감동해서 한번쯤은 행운이라는 녀석을 보내주겠지. 그러면 내 인생은 활짝 펴겠지. 그렇게 억지 낙관했기 때문이다.
친구의 친구가 우연한 도움을 얻어 좋은 회사에 운좋게 입사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2년이 훨씬 넘는 기간동안 취준을 해오던 나는 너무 부러워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 때의 감정은 분노와 질투와 신에 대한 원망이었다. 열심으로 달려온 내 인생의 보상이 이렇게도 보잘 것 없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 견딜 수 없이 절망스러웠다.
한껏 화에 취한 내 모습이 편치 않은 채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걷던 중, 나에게 있어서 성공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우연히 좋은 기회를 얻어 승승장구 하는 것이 스스로에게 뿌듯한 성공인가. 아니다. 그건 세상이 규정하는 성공이다. 성공한 인생의 정의는 스스로 세우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나에게 있어서 성공은 무언가. 좋은 회사에 들어가서 잘 먹고 잘 사는 것일까?
스스로 성공이라고 인정할 수 있을 때 진짜 성공이라는 말. 주변에서 성공했다고 말해주는 삶이더라도 내 마음 한 구석이 켕긴다면 온전한 만족감으로 이어지기 어렵기 때문일 거다. 그렇기에 스스로 성공을 정의하고, 인생을 내가 정의한 성공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어떤 것은 포기하고 어떤 것은 선택하면서, 그 선택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꾸준히 헌신하면 되는 게 아닐까. 라는 나름의 구색 좋은 해답이 나왔다.
행운이 찾아온 누군가의 인생을 곁에서 보게 되는 날이 있다. 그의 인생은 그 작은 행운을 시작으로 계속 잘 풀려갈 것만 같다. 인생이 좋은 쪽으로만 풀릴 리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의 인생을 대할 때와는 다르게 남의 인생은 아주 후하게 낙관해온 버릇 탓이다. 남에게 찾아온 크고 작은 행운과 나의 오늘을 비교하면서 한탄하기보다, 오늘 당신에게 찾아온 작은 행운을 진심으로 축복하고, 그 행운이 언젠가 분명 나에게도 내 인생 가장 도움되는 방식으로 찾아올 것임을 믿으면서 살아내면 좋겠다.
너의 가는 길이 다르고, 나의 가는 길이 다르니까. 나는 너의 행운을 그렇게 부러워하지 않아도 되는 거라고. 지금 내가 시기하는 그에게 주어진 행운이 내 인생에 주어진다고 해서 그걸 내가 정말 행운이라 여기고 감사할 수 있을런지는 모르니까.
누군가가 심히 부러울 때마다, 내 인생은 참 지독하게 안풀린다고, 잘나가는 친구들이 솔직히는 너무 부러워서 미칠 것 같다고 이야기했을 때 우리 엄마가 단호한 표정과 말투로 나에게 했던 말. 참 위로가 되었던, 오늘도 나를 각성시키는 그 말을 떠올릴 수 있으면 좋겠다. 그것은 처음부터 네 것이 아니었다고.
쏟아지는 햇살 속 거리를 걷는 사람들 사이, 경의선 숲길을 조용히 걸으면서 그런 생각들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