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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면글면 Apr 26. 2022

한 사람이 퇴사를 결심하게 되는 과정

직장생활

인연이 참 얄궂다. 2년 전 만해도 모르던 사이였는데, 어느 날 같은 프로젝트를 맡게 되면서 회사에서 온종일, 그리고 퇴근길까지 무려 1년 반을 함께 붙어다닌 그 동료는 이제 내가 너무나 의지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런 그가 회사를 떠날 준비를 한다. 매일 같이 내게 홀로 설 준비를 하라고 일러준다. 아직 혼자 남겨진 것도 아닌데 나는 마치 벌써 혼자 남겨진 사람처럼 외로움을 느낀다.


좋은 회사를 다녔더라면, 사람들 근속년수가 길었을 테니 이런 감정을 느끼지 않아도 됐으려나. 하는 생각부터 시작해 나는    모양이지 하는 생각까지. 떠나려는 사람이 주변을 정리하는 모습과 아직 떠날 준비가 되지 않은, 그러나 역시  곳을 떠나고 싶어하는  모습이 같은  다르다. 동료는  곳에서 일하는  외에도 자신은 하고 싶은  아직도 너무 많다고 했고, 이제 그것들을 하나씩 해나가고 싶다고 했다. 어쨌거나 나는 동료보다는 길게  회사에 다니게   같고, 떠난 사람의 빈자리를 보는, 남겨진 자의 기분은 씁쓸할 것이다.


동료의 인생에 감놔라 배놔라 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동료가 여러 좋지 않은 사건들을 계기로 이제 진짜 이 회사에 정을 떼고자 한다는 걸 알기에 나는 동료를 더 붙잡기가 어렵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좋아서 이 회사를 다녔는데, 함께 일할 수 없게 되다니. 다른 새 회사를 다니는 것과 다를 바가 없네요."


회사는 동료를 다른 팀에 보내버렸다. 마치 장기말 두듯이 팀을 이리 저리 바꾸는 것은 내가 다니는 회사의 가장  단점 중의 하나였다. 다른 사람이 퇴사한  자리에, 기존에 있던 사람들을 채워 넣었다. 그러다보면 기존 팀에서  맞춰  일하고 있던 동료가 생전 처음 보는 사람과 갑자기 합을 맞춰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힘든 야근에도 함께 웃고, 억지로라도 힘을 내보던 좋은 시절은 가버렸고, 동료는 점차 웃음을 잃어갔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팀을 찢으셨잖아요."


라고 말했다. 상사가 도대체 왜 그렇게 생각을 하느냐고 물었다. 하루 걸러 한 명이 나갈 만큼 퇴사율 높은 이 회사에 10년 넘게 몸담은 그 상사에겐 사람들의 잦은 출, 입이 너무나 자연스러웠고, 그렇기에 함께 일하는 사람들 간의 공과 사를 넘어설 수밖에 없는 끈끈함, 인간적임 따위가 그에게 중요할 리 없었다. 상사에게 회사는 그저 일하는 곳이었다. 나에게 회사는 그런 곳이 아니었다. 나와 함께 일한 동료에게도 그랬을 것이다.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1년만 더 함께 일하자는 나의 말에 동료는 장난스럽게 시 구절을 읊어줬다. 나도 서둘러 이 곳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분주해진다. 남겨진 기분을 가능한 짧게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 남겨지는 게 아니라 각자의 인생을 사는 거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동료의 빈자리가 자주 느껴질 것이고 그 씁쓸함은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을 점점 싫증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 하다가 눈물이 나기도 하고, 화가 나서 소리지르기도 하는 곳이 직장이다. 공과 사의 구분, 직장에서의 포커페이스 이런 것도 물론 직장생활을 하려면 필요하다. 하지만 직장에서도 인간의 한계성은 작동하는 법. 결정적인 순간에는 사람이라서 어쩔 수 없다는 말이 모든 것을 다 이해하게 만들기도 한다. 나는 회사가 동료를 대하는 방식을 보면서 여러 차례 실망했고, 그 시간들로 인해 회사를 떠나고 싶은 마음이 점점 커지고 있다. 누군가는 어리석다고 할 수도 있지만, 동료의 떠남과 함께 본격적으로 이 회사를 떠날 준비를 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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