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출국 전 일기
남아공에 가게 되었다는 소식을 주변에 전하면, 친구들은 주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번엔 아프리카구나'하는 반응을, 어른들은 '어머 그런 위험한 곳에...! 몸 건강히 다녀오렴'하는 반응을 보였다.
서로 조금 다르긴 해도 또 가냐, 결국 니가 아프리카까지 가는구나 하는 반응이 공통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스물한 살 이후로 매년 빼놓지 않고 한 해에 한 번씩은 어디론가 갔다. 이렇게 떠나는 것은 올해가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다닌 지가 벌써 여러번이다.
'올해 한 번인데 뭐' 하고 뜨거운 태양 아래서 선크림도 안 바른 팔다리를 휘적휘적 저으며 다니다가, 꽤나 하얗던 피부가 이제는 건강한 구릿빛으로 바뀌었다. 가끔씩 거울에 비친 다리를 보고 깜짝 놀라기도 한다.
짧게는 2주, 길게는 반년씩 여기저기를 잘도 돌아다니는 딸을 처음에는 이상하게 생각하시던 부모님도, 내가 내 피부색에 적응해가듯, 나의 이런 모습에 차차 익숙해지시는 것 같다.
엄마와 아빠는 기본적으로 매우 다른 성향을 가지고 계신데, 나의 여행(?) 소식에 대한 반응도 역시나 아주 달랐다.
남아공에서 일하는 자리에 지원하였다는 말을 꺼내는 순간 엄마는 '휴, 그러다 정말 갈 것 같은 기분인데' 하며 걱정을 표하시는 반면, 아빠는 '그럼 올해는 아프리카에 가볼까' 하며 아프리카행 비행기표부터 찾아보셨다.
여행 전에 나는 좀처럼 설레지 않는다. 오히려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큰 고민 없이 비행기표를 한참 전에 사두고, 날짜가 다가올수록 숙소며 교통편 같은 구체적인 것들을 알아보며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 스트레스는 출국날까지 조금씩 조금씩 커져서, 급기야 하루 이틀 전쯤에는 '나는 이 표를 왜 끊은 것일까'하며 괴로워하다가, 막상 여행지에 도착하는 순간 떠나오기를 아주 잘했단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여행 전 여행을 계획하는 기간이 오히려 더 설렌다는 우리 아빠 같은 사람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오히려 여행지에 도착해서가 훨씬 즐겁지, 그 전은 준비해야 하는 것들과 걱정해야 하는 것들로 여행이 일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한 해 한 해 지나면서 짐싸기를 비롯한 각종 여행 노하우들이 생겨나서인지, 몸도 마음도 요원한 아프리카로 떠나서인지, 아니면 이번이 진짜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인지, 이번에는 설렘이 가득하다. 어떻게 하면 후회 없이 재미있게 지내다올 수 있을지 고민하며 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