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선 애니메이션 '요리왕 비룡'으로 유명한 일본만화 '신 중화일미'에는 주인공인 마오가 만드는 요리 '항하사면'이 나온다.
마오는 뒷요리계 거물과 '대륙의 영웅'을 주제로 각각 볶음면을 만드는 대결을 하게 된다. 상대방이 황소를 때려잡고 화려한 기술을 과시하며 조리에 임하는 동안, 마오는 높이 그릇을 쌓아 놓고 면을 널어둔 채 당근인지 뭔지로 토끼 같은 동물을 깎으며 콧노래나 부르고 있었다.
뒷요리계 요리사가 만든 볶음면은 소고기를 갈아 넣은 면이 용수철처럼 돌돌 말려 있는데, 그 안에 각종 재료를 넣은 소스가 들어 있어 생김새부터 맛까지 모두 인상적인 요리였다. 마오는 생김새가 평범한 볶음면을 내놓았다. 큰 기대를 모으지 못하지만, 막상 심사위원들은 젓가락을 내려놓지 못하고 마오의 요리를 끝없이 먹는다.
마오는 다양한 재료를 각각 따로 반죽에 넣어 면을 만들었는데, 이로 인해 한 젓가락씩 먹을 때마다 이전에 먹은 것과 다른 맛이 난다. 어떤 재료가 든 면이 잡히느냐에 따라 맛의 조합이 달라서, 한 요리를 먹으면서도 다양한 맛을 느끼므로 젓가락질을 멈출 수 없었던 것이다. 마오는 이 음식의 이름을 '항하사면'이라 지었고, 그가 생각하는 대륙의 영웅이란 이 땅을 살았던 모든 사람들이라 설명했다.
영웅에 대한 주인공의 변은 그저 주인공다운 박애주의라고 여겨 인상적이지 않았지만, 항하사면 자체는 뇌리에 오래 남았다. 항하사면에 빗대면 삶이 받아들여지기 쉬워지는 때가 종종 있었다. 하루하루가 다름을 받아들여야 할 때, 사람과의 만남을 다루어야 할 때, 변덕스러운 나 자신을 설명하기 어려울 때에도. 이건 항하사면을 먹는 것과 비슷해. 음식이 아니라 그보다 더한 것이긴 하지만. 오늘 내가 집은 젓가락에 삶의 비애가, 떫은맛이 많이 잡혀 있었다, 그래서 오늘은 삶이 떫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오늘의 항하사면 한 젓가락은, 고기와 양파맛이 빠졌군. 감칠맛이 안 나는 하루였어. 어느 날은, 꿀통에 담갔다 뺀 듯 다디단 면이었고.
삶은 아주 많은 다양한 요소의 조합으로 이루어지는 것인데, 매 순간 모든 요소가 들어차기도 하지만 더러는 빠지기도 한 조합이 되기도 하고, 모두 들어있어야만 맛있지도 않고 빠진다고 맛없어지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생각했다. 그게 상상 속의 항하사면 맛이었다.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다는,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대사가 많이 회자되곤 하는데, 나는 항하사면에 삶을 빗대어 생각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되었다.
때때로 어떤 사람에게는, 나처럼 항하사면 이야기를 생각하라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