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동"
한가로이 늦잠을 자던 주말 아침, 웬만하면 울리지 않던 초인종이 울려댄다. 문을 열어 보니 허리춤에는 권총을 차고, 가슴께에는 카메라를 달고 있는 더치 경찰관.
"경찰인데, 블라블라~"
"쏘리?"
"아, 너네 집에 혹시 손님(visitor) 다녀가지 않았냐고."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손님'이라는 말에 어젯밤 다른 집에 손님으로 놀다 온 생각에 의아해졌던 것도 잠시. 이내 아니라고 대답하고 나니 경찰은 곧 이웃집을 들러 여러 가지 조사를 하더니 사라진다.
대충 짐작해 보니 맞은편 집의 차가 누군가에 의해 뺑소니를 당해 경찰을 불렀나 보더라. 오른쪽 앞이 꽤 많이 찌그러져 있었다.
그러고 보니 한국 같았으면 블랙박스만 돌려봤으면 금세 범인을 찾았을 텐데, 도로를 다니면서도 블랙박스가 있는 차를 단 한 대도 보지 못한 것 같다. 남편은 '그 알뜰한 더치 사람들이 블랙박스를 달고 다니겠냐'라고 했지만 왠지 다른 이유가 있을 것만 같다.
알고 보니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운전을 잘 하기 때문에 블랙박스가 필요하지 않다고. 면허 따는 데 거의 일 년 가까이 걸리는 이곳의 절차상 사람들이 교통사고를 낼 일이 드물어서 블랙박스를 굳이 달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이라고 한다. 면허를 쉽게 따고, 그래서 운전에 미숙한 (나 같은)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운전대를 잡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또한 여기 네덜란드는 범죄에 엄한 편이라는데, 작은 범죄에도 형량이 큰 편이어서 웬만하면 준법정신이 투철하기도 하단다. 그래서 교도소에는 사람이 많이 없고, 공간도 남아서 오죽하면 '교도소 숙박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단다. 이런 점은 성폭행을 해도, 사람을 죽여도 고작 몇 년의 형만 선고받는 우리나라가 닮아갔으면 하는 부분이다.
그나저나, 뺑소니 당한 앞집 이웃은 범인을 잡았나 모르겠다. 한 동안 차만 바라보고 있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