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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비 Aug 12. 2016

진정한 더치 피플은 우산을 쓰지 않는 법

외국인은 따라 하지 마세요

"잘 지내지? 거기 날씨는 어때?"

이곳에 온 지 얼마 안 된 나에게 사람들이 꼭 하는 질문이 있다면 단연 '날씨'일 것이다. 불과 2주 전까지만 해도 선풍기가 필수인 여름 날씨였는데, 이제는 외투를 입지 않고서는 외출을 못 할 정도다. 한국의 무더위를 맛보고 온 나에게는 갑작스러운 가을이 좀 더 춥게 느껴진다. 게다가 비는 또 어찌나 자주 오는지, 1분을 내리더라도 매일같이 비가 오곤 한다. 우스갯소리로 네덜란드 기상청은 단 하루도 일기예보를 틀리게 발표한 적이 없다는데, 매일 날씨에 해와 구름과 비를 함께 그려 넣으면 되기 때문이라고.


이렇게 자주 비가 와서일까. 신기하게도 비 오는 날 거리에서 우산을 쓰는 사람들을 보기가 어려운데, 웬만한 비는 그냥 맞고 다닐 뿐만 아니라 (심지어 비옷 입는 사람도 보기 드물더라) 강아지를 데리고 빗속을 산책하기도 한다. 여태까지 비 오는 날 우산 쓴 사람을 딱 세 명 봤는데, 전부 외국인이었던 것은 우연은 아니었으리라.


그래도 약간의 시간이 지나면 금세 그치던 비가 오늘은 쉴 새 없이 내려댄다. 오늘은 커피 머신을 수리하기 위해 본사에 택배를 보내야 하는 날이 아니던가, 비가 조금 잦아들었을 때 얼른 택배 포장을 하고 이곳 사람들처럼 우산도 없이 자전거를 타고 힘차게 달렸는데...


오늘 하루 네가 고생이 많았다.


옷이며 자전거며 쫄딱 젖어버렸다. 아마도 내일이면 오들오들 몸살이 날 것 같은 기분이다.

역시 어쩔 수 없는 외국인인가 보다. 아무리 더치 사람들처럼 생활하려고 애를 써도, 30년을 한국 사람으로 살아온 만큼 하루아침에 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인 것이다. 그리고 아마 이곳에서 30년을 더 산다고 해도, 어릴 적의 습관을 온전히 바꾸지는 못할 것 같다(빗속을 아무렇지 않게 걷는 것쯤이야 어쩌면 금세 익숙해질 것 같기도 하지만).


그나저나, 나는 언제쯤 더치 사회에 온전히 젖어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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