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비 Aug 29. 2016

네덜란드 차량에블랙박스가 없는 이유

"딩동"

한가로이 늦잠을 자던 주말 아침, 웬만하면 울리지 않던 초인종이 울려댄다. 문을 열어 보니 허리춤에는 권총을 차고, 가슴께에는 카메라를 달고 있는 더치 경찰관.


"경찰인데, 블라블라~"

"쏘리?"

"아, 너네 집에 혹시 손님(visitor) 다녀가지 않았냐고."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손님'이라는 말에 어젯밤 다른 집에 손님으로 놀다 온 생각에 의아해졌던 것도 잠시. 이내 아니라고 대답하고 나니 경찰은 곧 이웃집을 들러 여러 가지 조사를 하더니 사라진다.

대충 짐작해 보니 맞은편 집의 차가 누군가에 의해 뺑소니를 당해 경찰을 불렀나 보더라. 오른쪽 앞이 꽤 많이 찌그러져 있었다.


그러고 보니 한국 같았으면 블랙박스만 돌려봤으면 금세 범인을 찾았을 텐데, 도로를 다니면서도 블랙박스가 있는 차를 단 한 대도 보지 못한 것 같다. 남편은 '그 알뜰한 더치 사람들이 블랙박스를 달고 다니겠냐'라고 했지만 왠지 다른 이유가 있을 것만 같다.


그러고 보니, 네덜란드 차에는 블랙박스가 없더라.


알고 보니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운전을 잘 하기 때문에 블랙박스가 필요하지 않다고. 면허 따는 데 거의 일 년 가까이 걸리는 이곳의 절차상 사람들이 교통사고를 낼 일이 드물어서 블랙박스를 굳이 달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이라고 한다. 면허를 쉽게 따고, 그래서 운전에 미숙한 (나 같은)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운전대를 잡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또한 여기 네덜란드는 범죄에 엄한 편이라는데, 작은 범죄에도 형량이 큰 편이어서 웬만하면 준법정신이 투철하기도 하단다. 그래서 교도소에는 사람이 많이 없고, 공간도 남아서 오죽하면 '교도소 숙박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단다. 이런 점은 성폭행을 해도, 사람을 죽여도 고작 몇 년의 형만 선고받는 우리나라가 닮아갔으면 하는 부분이다.


그나저나, 뺑소니 당한 앞집 이웃은 범인을 잡았나 모르겠다. 한 동안 차만 바라보고 있던데.


매거진의 이전글 진정한 더치 피플은 우산을 쓰지 않는 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