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네덜란드를 '여자와 어린이가 살기 좋은 곳'이라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네덜란드는 유네스코에서 지정하는 '아이들이 행복한 나라'에서 여러 차례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주위에 이제 막 육아를 시작한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아니면 결혼을 하고 나서 자연스레 생긴 관심인지 나도 자연스레 육아 및 교육에 대해 관심이 생겨나곤 했는데,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확실히 한국과의 큰 차이가 느껴진다. 그중에서도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아이들의 수면 시간.
얼마 전, 같은 동네에 사는 남편 직장 상사 내외의 초대를 받은 적이 있다. 두 분에게는 초등학교를 다니는 세 아이가 있다. 각각 만 아홉 살, 여섯 살, 다섯 살. 퇴근시간 이후에 저녁 한 끼 하자는 제안에 따라 도착한 시간은 7시가 조금 넘은 때였는데, 인사를 나누고 잠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덧 아이들이 잘 시간이라고 한다. 아직 여름이라 해가 채 지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그들이 7시가 되면 아이들을 재우던 것은 학교 선생님의 지시(혹은 권유)가 있었기 때문. 학부모 상담 때 아이들을 주로 몇 시에 재우냐고 물은 뒤 7시를 넘기지 말라고 했던 것인데, 한창 어린 나이에는 잘 놀고 잘 자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곳 사람들의 교육 방침이기 때문이다. 두 분 내외의 옆집에도 비슷한 또래의 아이가 살고 있는데, 그 집 아이도 물론 7시가 되면 잠이 든다고.
물론 모든 네덜란드 학교 교육 과정이 아이들을 마냥 놀거나, 쉬거나, 자게만 두는 것은 아니다. 학년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오히려 한국보다 더 빡빡한 수업이 이뤄지기도 한단다. 하지만 네덜란드 사람들은 아이들을 '때에 맞게' 가르치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것 같다. 적어도 초등학생에게 학원 뺑뺑이를 시킨다거나, 미적분이나 코딩을 가르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곳의 어린아이들이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과 그네를 타고, 방방(트램폴린)을 타고, 낚시를 하는 것처럼, 우리도 조금은 이런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