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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작가 동하 Nov 19. 2022

'시키신 분' '주문하신 분'


고객을 부르며 한 번 더 소통하기 위해 진동벨을 쓰지 않는다는 스타벅스 경영 철학은 익히 알려져 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에야 비로소 커피를 건네는 의미가 있다는 의도라면 그것 자체야 나무랄 데 없다. 다만 사람들이 북적이는 점심시간, 별다방 바리스타들이 고함치듯 고객들 닉네임이나 주문번호를 부르는 장면은 언제 봐도 낯설다. 서울 한복판의 러시아워 땐 '눈맞춤'이라는 별다방 경영 방침은 오간 데 없어 보인다. 한가한 공간이나 여유로운 시간대에나 어울리는 게 아닐까. 


어느 날, 자주 가는 서울 광화문의 대형 서점에 들렀다. 어디선가 익숙한 고함이 들렸다. 

"00님, 주문하신 아메리카노 한 잔 나왔습니다" "라떼 두 잔 주문하신 분, 음료 나왔습니다"

별다방이 서점까지 들어오다니, 너의 침투 범위는 도대체 어디까지냐. 

서점에서 살 책을 고르는데, 그 외침은 좀처럼 중단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책과 커피'를 넘어 '책과 고함'의 조합. 물론 서점은 도서관은 아니라 책을 파는 곳이긴 하다. 그래도 바리스타가 주문한 고객을 찾는 간절한 외침은 자꾸만 나를 서점에서 밀어내는 기분이었다. 


스타벅스 고함을 들을 때면 '짜장면 시키신 분' 광고가 떠오른다. 1990년대 그 광고가 아직도 생각나는 걸 보면 그만큼 강렬했던 것 같다. '이동통신'을 거친 세대라면 바다 한복판에서 중국집 배달원으로 나오는 이창명이 주문한 김국진을 찾아 "짜장면 시키신 분"을 외치는 장면이 어렴풋하게나마 생각날 것이다. 바다에서도 이동통신 전화기가 잘 터진다는 걸 보여주는 광고였다. 


망망대해에서야 큰 소리로 "짜장면이든 커피든 시키신 분"을 부를 수 있을 테다. 하지만 실내에서 고객을 찾는 그 부르짖음은 공간을 함께 사용하는 다른 이들을 불편하게 한다. 한 번에 음료를 찾아가면 그나마 다행이겠으나, 불러도 대답 없을 때 반복되는 외침이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안 가면 그만이라고? 그래도 작업하기엔 별다방만 한 곳이 없으니…. 


그나저나 짜장면이든 커피든 '시키신 분' '주문하신 분'이라는 표현은 약간 과한 높임 같기도 하다. '분'은 사람을 높여서 이르는 말인데, '시키신' '주문하신'에서도 높이는 뜻의 '시'가 사용됐다. '짜장면 시킨 분' '음료 주문한 분' 정도가 어떨까. 




참고. 국립국어원 온라인가나다에서 '분'의 쓰임을 설명한 글. 


<'분'은 의존 명사로도 쓰이고, 접미사로도 쓰입니다. 의존 명사 '분'은 사람을 높여서 이르는 말로 쓰이기도 하고(예: 어떤 분) 높이는 사람을 세는 단위로 쓰입니다(예: 다섯 분). 접미사 '-분'은 사람을 나타내는 일부 명사 뒤에 붙어 앞의 명사에 '높임'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입니다(예: 친구분). 사람 이름 뒤에 '분'을 쓴다면 의존 명사 '분'의 쓰임으로 보아 앞말과 띄어 씀이 적절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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