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날. 야근을 마치고 사무실에서 택시 호출앱을 몇 차례 시도한 끝에 간신히 택시가 잡혔다. '오늘은 고생 좀 덜 하겠군'.
앱으로 택시가 오는 시간을 확인하며 회사 앞으로 나갔다. 택시를 타자마자 기사님의 하소연.
"날이 추워서 그런가. 요즘은 택시를 불러 놓고 사람이 보이질 않아요. 도착해도 한참 있다가 나온다니까요. 아깐 호출한 사람이 하도 안 나타나서, 내가 성질나서 취소하고 가버렸다니까요."
누군지 알 수 없지만, 택시를 부르고 나서 굼뜨게 움직였나 보다.
어느 날엔 건널목을 건너려고 기다리는데 한 여성이 헐레벌떡 도로변으로 나오더니 손을 흔들면서 지나가는 택시를 잡으려 했다. 하지만 좀처럼 서는 택시가 없었다. 그래도 여성은 계속해서 손을 흔들었고, 정차한 모범택시에 탈까 말까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그 택시에 올랐다.
손을 흔들어 택시를 잡는 모습이 예전엔 너무나 자연스러웠는데, 왜 그렇게 낯설게 느껴지던지... 나도 손을 흔들어 택시를 잡은 적이 언제였던가 싶었다.
택시를 '손 흔들어' 잡는 시대에서 앱을 통해 '눌러서' 잡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러고 보면 그 중간에 콜택시가 유행했던 걸 감안하면 '전화 걸어' 택시잡던 시절도 있었다.
동사 '잡다'를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검색하면 나오는 의미만 23가지다. '손으로 움키고 놓지 않다' '짐승을 죽이다' '권한 따위를 차지하다' 등등. 7번째가 '자동차 따위를 타기 위하여 세우다'이다.
과거든 현재든 택시를 탈 때 '잡다'라는 단어를 쓴다. 앱을 이용하더라도 "아무리 호출을 눌러도 잘 안 잡히네요" "와우, 잡혔다" 등으로 표현한다. 그런데 택시를 잡는 방식만큼은 이런 식으로 좀 바뀌었다.
'자동차 따위를 타기 위하여 (손을 흔들어) 세우다'
'자동차 따위를 타기 위하여 (전화를 걸어) 세우다'
'자동차 따위를 타기 위하여 (호출앱을 눌러) 세우다'
흔들든 걸든 누르든 어떤 상황에서든 이용자 입장에선 택시가 잘 잡히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