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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nghyun Lim Feb 04. 2020

몸이라는 소비재

 몸이 축난다는 표현이 있다. 우리의 몸이 완벽하고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면서도 건강을 조심하라는 경각심을 준다. 하지만 일상을 살면서 우리는 몸에 갇혀 살면서도 이 틀에 대해서 제대로 인지하지는 못한다. 혹은 의식하지 못한다고나 할까. 하지만 문득문득 몸이 관심을 요할 때가 있다. 우리의 몸이 우리에게 '나 좀 봐줘!'라고 외치는 때, 바로 감각이 느껴질 때이다.  간지러움, 뜨거움, 차가움, 껄끄러움... 등등 수많은 촉감들이 몸의 존재를 새로고침 한다. 물론 그 감각들에 대처하고 지나가면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게 된다. 몸의 입장에선 야속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가 절대 무시하면 안 되는 감각이 있다. 바로 '아프다.'는 느낌이다.

 아픈 것은 가장 강렬한 감각 중 하나이다. 몸이라는 단위에서 있는 힘껏 비명을 지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너 지금 너 자신을 돌봐야 해!!라고 주의를 준다. 우리는 이 소리를 들을 때마다 우리의 몸을 본다. 어디가 다쳤는지, 어디가 아픈지 나 자신을 돌보게 된다.

 하지만 우리의 뇌 속에 있는 우리들, 그러니까 마음이 아플 때에는 잘 돌보지 못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눈에 보이지 않아서일까? 힘들다는 건 알겠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때가 오면 마음이 소진되어서 금방이라도 닳아 없어질 것 같은 위기감이 들지만 그 위기감으로부터 어떻게 나를 돌봐야 할지 모르다가 익숙해지고 지치고 만다. 아마도 이것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번아웃'이라는 말을 붙인 듯싶다.

 몸은, 마음은, 우리는 결국 소비재이다. 닳게 되는 순간 고치기 위해선 다양한 도구들이 필요할지도, 많은 시간들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 방법들을 몰라도 괜찮다. 다만 어딘가에 다 쓰지는 않았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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