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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우식 Aug 13. 2016

별똥별을 보며

평소 나는 집 밖으로 나가는 걸 매우 싫어하는 성격이다. 쉰다는 것은 그저 침대에 누워 아무 할 일 없는 이 시간을 만끽하는 것이기에, 굳이 무언가를 하기보단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쪽을 택했다. 당연히 떨어지는 별똥별을 보는 것은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구경하는 것과 동등한 가치를 지닌, 무의미한 일이었다.

 그러나, 수능이 점점 다가오면서 생활패턴이 극히 단조로워졌기에, 칙칙한 흑백사진에 물감 한 방울을 떨어뜨려 보는듯한 심정으로 혼자 별똥별을 보러 밖으로 나갔다. 집이 도시 속 시골이기에, 그저 동네 담벼락에 기대서 하염없이 별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다. 그저 하늘만 바라보기엔 너무 심심했던 탓에, 친구 한 명과 전화를 하며 한 시간 내내 위를 올려다봤지만, 야속하게도 밤하늘을 수놓은 별만 반짝일 뿐, 짧은 선 하나 지나가지 않았다.

 그러나, 별 생각없이 물끄러미 하늘을 올려다보며, 그 동안 끊임없이 치여왔던 현실에서 잠깐이나마 벗어나, 하늘에 시선을 집중하는 상황 속에서, 나는 의미없는 일이 주는 편안함에 머무를 수 있었다, 항상 효율을 추구해왔던 삶에서 벗어나 하릴없이 한 시간 동안 하늘만 바라보는 쓸모없음, 역설적이게도 쓸모있는 일보다 훨씬 쓸모있었던 것 같다.

적절한 공백의 존재가 그림의 색을 더욱 아름답게 부각시키듯, 쓸모없고 무의미한 일이 쓸모있음을 더욱 부각시키는 무언가로 작용함을 느끼게 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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