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edo Mar 03. 2023

보물 찾기에서 발견되지 않은 보물도 있으니

헤밍웨이의 첫 소설 <우리 시대에>를 번역하며 느낀 짧은 이야기입니다

사진: Unsplash의 'Caleb Woods'

제게 소풍의 꽃은 보물찾기였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장기자랑일 수도 있고, 김밥 먹는 시간이었겠죠. 보물의 개수를 알려주는 경우들이 더러 있었는데, 못 찾을 때는 힌트를 줘가며 도움을 주던 선생님이 생각나네요. 웃긴 건 그렇게 해도 못 찾는 보물들이 있었어요. 선생님도 어디에 숨겼는지 까먹은 보물들. 소설도 보물 찾기와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숨은 뜻을 모두가 알아채는 건 아닙니다.


 “Oh, he’s a better guy all right,” Bill said.
 “But Walpole’s a better writer.”


 “오, 그가 더 낫지, 당연하지.” 빌이 말했다.
 “하지만 월폴이 더 나은 작가야.”


    소설에서 문단을 구분하는 방법은 문단의 첫 글자 앞에 공간을 두는 것(Tab)입니다. 대화체에서는 다른 사람이 말할 때, 다른 문단으로 처리하죠. 원문에서는 빌이 말을 하고 나서 이어서 또 말하는데도 다른 문단으로 처리했습니다. 처음 말을 하고 나서 시간이 좀 지난 것을 이렇게 표현한 것 같은데, 빙산이론의 단점으로 보입니다. 빙산 밑은, 빠르게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전혀 보이지도 않고 관심의 대상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존 가드너가 헤밍웨이와 바셀미를 왜 양극단에 있는 작가들로 비평했는지 알 것도 같습니다. 그래도 저는 이런 간결함 속에 숨은 의미들이 가득한 글이 좋습니다.



*번역한 <우리 시대에>는 와디즈에서 펀딩으로 2023.3.20까지만 판매됩니다.

https://bit.ly/3ZhOjqD

작가의 이전글 모든 건 이미 이 안에 담겨 있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