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기획 공방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란 Sep 15. 2022

매거진 제작 일지(1)

무드를 찾아요

"작지만 단단하게  지내요"

슬로건 아래 <LOPLE> 로플 매거진을 만들고 있어요. Local + People 줄임말이지요. 1,2호가 출간되었고 3호를 만들기 전에 특별호를 제작하게 되어 제작 일지를 남겨보려고 합니다.


코로나와 더불어 지난해부터 생활환경이 완전히 바뀌면서 접어둔 일들을 올해는 보자기 매듭 풀듯 하나씩 꺼내고 있어요. 그렇게 6월에는 LOPLE 2호를 내놓았고, 7월에는 플리마켓에 나가 책을 팔고, 이번 달부터는 교동에서 글쓰기 모임을 하고 있죠. 몸을 움직이는 만큼 영혼은 숨을 쉰다는 걸 모르는 것은 아니었는데 그간 어떻게 참았는지. 게다가 마침 첫 번째 모임에서 누군가 그러더라고요. "저 얼마 전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어요."


누군가에게는 시작의 설렘을 안겨준 이 공간이 나에게는 언제부턴가 부담처럼 느껴져서 삭제를 작심하고 접속했는데 교수님 한 분의 댓글이 달린 걸 확인했어요. 이 가상의 공간에 심어놓은 이야기가 발견이 되고 울림이 되기도 한다는 걸 새삼 느꼈죠. 그렇게 삭제의 작심은 철회하고 날 것의 일지를 적어보자 새로운 결심이 들어서게 된 거예요.


다시, 로플 특별호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 글을 쓰는 9월 15일 기준 제작 여부가 확정되었어요. 3호가 아닌 '특별호'인 이유는 1) 제작하는 목적이 어느 정도 분명하고 2) 제작비를 지원받았고 3) 기존 로플과 달리 한 명의 인터뷰어가 아닌 다수의 인터뷰어가 등장하는 호이기 때문이죠. 이 점에 관해서는 천천히 이야기해도 좋겠습니다.


성격 찾기

단행본을 만드는 일과 매거진을 만드는 일은 순서가 달라요. 에세이나 소설은 글이 먼저죠. 한 편의 글은 한 명의 병정이에요. 서로 다른 레고 병정들을 모아 줄 세우고 열 맞추고 하면서 어떤 왕국을 만들지 고심하는 일 같은 거죠. 매거진을 만들 때는 왕국이 먼저예요. 숲을 해메일지, 바다를 항해할지를 먼저 고민해요(어디로 가든 길 잃을 각오는 해야 하고요).


로플 특별호는 경주에서 열리는 문화 행사(작은 음악 축제)를 기록하는 어느 정도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매거진의 성격을 '전시 도록'으로 정했어요. 숲도 바다도 아닌 미술관으로 간 거죠.


미술관에서 전시를 보고 집에 왔는데 뭔가 헛헛할 때가 있어요. 너무 좋은 전시인데 전시는 영원하지 않잖아요. 그 기분을 간직하고 싶은 우리는 전시 도록을 소장하는 것으로 그 아쉬움을 달래죠. 현장에서 미쳐 보지 못했던 부분을 새로이 발견할 수도 있고 아쉽게 놓친 전시라면 다음 전시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사기도 하죠. 특별호는 그런 성격을 가진 매거진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무드 찾기

최근에는 일반 단행본들도 문학전집처럼 시리즈 형태로 출간되는 것들이 많아요. <아무튼> 시리즈를 비롯해 워크룸 프레스의 <제안들> 시리즈, 1984Books의 <프랑스 문학선> 처럼요. 마치 매호 발행되는 매거진처럼 표지 디자인에 반복을 부여해 기계적으로 이미지를 소비하게 만드는 SNS 피드 창에서 잠깐이나마 멈춤을 허용하죠. 모든 것이 새로울 때에는 오히려 익숙한 이미지에서 멈춤! 하도록 뇌가 명령하는 것 같기도 해요.


아무튼 그런 까닭에 매거진은 새로운 호가 발행될 때마다 독자에게 셀프 호기심 부여하죠. “이번 호의 주제는 뭘까?”, “표지 컬러는 무슨 색일까” 같은. 물론 구입과는 별개의 호기심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구매까지는 여러 단계가 걸리겠지만 적어도 첫 만남에서 2표는 받아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어요. 주제에서 1표, 표지에서 1표. 이번 주제는 ‘축제’라서 일단 한 표는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축제라는 말만 들어도 머릿속에서는 밤하늘에 수놓은 폭죽이 펑펑 터지고 있을 테니까요. 축제는 그 자체로 영험한 힘을 가진 단어에요. 연금술사가 필요 없는 단어죠.


매거진의 표지는 인물사진 / 풍경사진 / 일러스트를 주로 쓰는데 로플은 1호는 풍경사진 2호는 인물사진을 썼어요. 특별호라 일러스트를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제작비의 한계로ㅡ일러스트 표지의 제작비는 작가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그마저도 예산이 없기에ㅡ.


기존의 로플 표지 느낌과 비슷한 풍경 사진이 좋을 것 같아요. 디자인에 관한 것은 주로 핀터레스트에서 찾아요. 구글이나 인스타그램 앱에서 관련 키워드를 검색하면 세상의 아름다운 사진을 모조리 찾을 수 있지만 표지에 적합한, 인쇄되었을 때 아름다운 사진을 찾기는 어려워요. 특히나 저처럼 사진에 취약한 사람은 말이죠(가끔 SNS를 보다가 너무 예쁜 사진이 있어 구매했는데 대형 액자로 만들어 거실에 걸자마자! 실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랍니다).


핀터레스트에는 제품화된 이미지들이 많아요. 그중에 해외의 매거진이나 단행본들의 표지를 보면서 레퍼런스를 찾아요. 책으로 만들어진 이미지들. 서점의 대형 서가 혹은 내 방 책장에 꽂아 두고 보아도 아름다운 것들이죠. 그렇게 무드를 찾고 있어요. 사람들은 머릿속에 어떤 축제를 그리고 있을까요. 축제의 열기, 축제의 환상, 축제의 여유, 축제의 힐링, 축제의 기분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사진을 찾을 수 있을까요.!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 화를 쓰게 된다면 '목차 혹은 구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될 것 같아요.

매거진의 이전글 작지만 단단하게 잘 지내요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